미국에서 일한다는 것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많이 달랐다.

by Alex in Irvine

올해로 만 26년을 일했다. 2000년 2월에 대학 졸업을 하기 전 겨울 방학 때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 모아보니 참 오래도 일을 했고, 아직도 일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을 한국에서 일했으나, 최근 1년 가까이 미국에 있으면서 미국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느끼고 있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미국 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브랜드 회사다.

한국에서는 외국계 투자 법인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었는데, 미국에서도 말하자면 외국계 회사의 현지법인인 셈이다. 내가 해왔던 일이 인사부이다 보니, 말과 문화를 아는 한국 브랜드에서 일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지금 이 회사를 떠난다고 해도 말이다.


프로페셔널 월급쟁이 직장인이라는 것이 어디나 비슷하기도 하겠지만, 요즘은 좀 다른 점들을 많이 느낀다. 아마도 정서와 환경이 많이 달라서인 듯하다.


내가 요즘 느끼는 가장 다른 점은 팀워크보다는 개인플레이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 능력이 팀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보는 한국 직장생활에서의 경험과는 다르게 이곳은 이 개인이 어떤 스킬을 가지고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비중이 더 크다고 느낀다.

한국에서 팀을 어떻게 리드할까, 같이 어떻게 끌고 갈까 고민하던 시간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그런 리더십보다는 어떤 업무를 언제 어떻게 끝낼까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팀원들과 함께 으쌰으쌰 하며 재미있게 직장생활을 해본 나로서는 어찌 보면 심심하고, 재미없는 생활이다.

개인의 성향과 선호도에 따른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일 것이다.


회식이나 워크숍 같이, 회사에서 업무 이외에 일어나는 활동들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매우 다른 점이다. 아무래도 한국 브랜드 회사라, 완전한 미국 회사보다는 분기별 부서회식이나, 봄가을로 한 번씩 동네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등의 행사가 있지만, 한국에서보다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빈도이다. 모두 저녁 6시가 되면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활동을 한다.

요즘은 한국도 많이 변해가고는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아무래도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문화가 이미 뿌리깊이 회사에도 박혀 있는 듯 보인다.


또 하나 재미있다고 생각한 점은, 사람들의 경력이 참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모든 가능성이 오픈되어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간호사로 일하던 직원이 이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바꿔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커스터머 서비스 직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간호사로 일했던 사람도 보았다. 한 가지 분야로 직장생활을 하면, 그 분야로 쭉 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투잡, 쓰리잡을 뛰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원인데 주말에는 식당을 차려 서빙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학과외 교사로 일하기도 한다. 이곳은 겸업을 하는 것이 한국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이 업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회사에서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잡, 쓰리잡을 갖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회사도 별 말을 못 한다.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이 일단 좀 심심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같이 밥도 먹고 직원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이곳은 일은 일이고, 직장동료는 직장동료일 뿐, 가족과의 시간이나 개인의 삶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분위기다.


네트워킹도 중요하긴 하다. 그런데 그러한 네트워킹이라는 것도 미국 내 소수인종으로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음도 느낀다. Majority인 백인들 사이에는 네트워킹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지만, 소수인종끼리의 네트워크는 한국보다도 훨씬 좁을 수밖에 없다.

소수인종으로서 주류사회에 들어가기도 만만치가 않고, 어느 순간 거대한 벽이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내가 느끼기에도 벽은 분명히 있다. 설사 미국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생김새와 문화가 소수일 수 밖에 없는 자들의 운명이고, 미국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부분이 더 맞는지는 본인만 알 것인데, 다만 해봤기 때문에 더 나은 쪽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구직하던 시절, 막연히 상상하던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은 많은 부분이 생각과 다르기도 해서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든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니, 양쪽을 다 경험해 보아야 내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워라밸을 찾으면서 소수로 소박하고 소소하게, 심심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나와 닮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하고 재미있게 그렇지만 좀 피곤하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정답이 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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