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by Alex in Irvine

이곳에서 살다보니, 여러 인종이 섞여사는 모습과 그 아이들이 섞여서 교육받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된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멜팅팟이 실감나는 곳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개교 75년 된 천주교 교육 시스템을 적용하는 학교이다. 학생의 대부분이 이곳 백인이나 히스패닉이고, 동양인은 10%가 채 안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우리 아이가 유일하다. 나머지 동양인 학생들은 대부분이 중국, 베트남 학생들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잘 모르는, 그래서 선택하지 않는 학교였다. 용감했지만 위험천만하기도 했고, 확신이 필요한 선택이었다.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이 가장 고민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를 소망하는 것이 바로 자녀를 어떻게 어떤 학교에서 어디에서 교육시켜야 할까에 대한 것일 것이다.


그 동안 살면서 관찰한 이곳 아이들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에서 자란 아이들과 확실히 다른 몇 가지 측면이 느껴졌다.

우선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점이다.

'자뻑' 수준으로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예를 들어 한국말을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만 할 줄 알아도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말하는 수준이다.

겸손이 미덕인 우리 나라 문화와는 매우 다르다고 느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니, 모든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작은 것이라도 성취한 것에 대해 칭찬하고 같이 축하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인상을 주는 집들이 많다. 저런 식으로 어릴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 당연히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국계 미국 아이들의 경우는 또 조금 다르다. 집에서 겸손이라는 미덕을 가르치지만 학교에서는 또 겸손보다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장려해서 그런지, 두 가지 모습이 같이 나오기도 한다.


문화적이나 언어적으로도 참 재미있다.

우선 엄마들은 한국말로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걸 듣고 아이들은 영어로 엄마 아빠에게 대답한다. 이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은 대체로 잘 하지만, 한국말은 할 줄 알더라도 최소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마 영어가 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말을 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어눌한 한국말은 본인들이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게 아닐까 싶다.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미국 문화가 섞인 모습이 보인다.

명절을 지내는 것만 해도 한국의 명절과 미국의 명절을 모두 축하하고, 점심 도시락을 봐도 너무나 한국적인 김치볶음밥, 김밥, 주먹밥과 너무나 미국적인 맥앤치즈, 멕시칸 샌드위치인 부리또가 한상에 놓이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한국아이들이 (특히 교포가 아니라 한국에서 바로 온) 없는 학교라 좀 덜하지만, 얼바인에 있는 대부분의 공립학교의 모습은 말 그대로 모두가 섞여서 사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문화에 개방된 '지구인'으로서의 모습과 삶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끔은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도 옆에서 보기는 했다. 국적은 미국인인데 또 완전한 미국인은 아닌, 한국계 미국인만의 특별한 커뮤니티가 아이들때부터 있다고 느꼈다.


뭐가 좋은지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케바케인 것 같다.

우리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 때까지 한국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고, 미국문화를 받아들였지만 확실히 한국 아이다. 반면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아이들은 한국말과 문화를 이해하고 또 즐기지만 누가 뭐래도 엄연히 미국아이들이다.

둘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결이 다르고, 정서가 다르다. 아들이 나에게 "확실히 좀 뭔가 다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2년 반 전에 미국으로 건너올 때, 미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거나, 적어도 대학은 미국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한국의 지인들이 많았다. 자녀를 미국으로 보내면 더 많은 경험과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방법을 연구하고 찾는 지인들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부모가 아니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양쪽의 교육시스템과 문화를 모두 경험하고 느낄 기회가 생겼던 케이스다.


하나 분명했던 점은 어느 쪽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게 장단점이 있고,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고 맞지 않는 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모든 것에 설명이 필요하고, 질문이 많은 아들은 미국의 시스템이 맞아 보인다. 우리 아들은 한국 고등학교와 미국 고등학교를 모두 다녀보았는데, 미국에 오고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무리 질문을 많이 해도 선생님들이 다 들어주고 최선을 다해 답변해 준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들이 한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는 엉뚱한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선생님들의 쉬는 시간까지 다 잡아먹는 아이로 '악명' 이 높았다고 했다. 어떤 선생님은 심지어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거나 귀찮아하기도 했다고.. 이런 경험은 아들이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전혀 겪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오히려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아 선생님들이 더 반가와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면에 성실하게 배운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아이라면, 오히려 한국의 시스템이 맞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조용하게만 있다가는 잘못하면 멀쩡한 아이가 '바보'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깨달은 바는 어떤 교육이 좋은가를 고민하기 전에 내 아이의 특성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아들은 학교에서 적어도 선생님들에게는 고분고분하던 나와는 분명히 달랐다.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이 풀려야 직성이 풀리고, 억울한 것은 절대로 못참고 질문과 답변으로 해결이 되야 잠을 자는 아이였다.

공부량은 의외로 미국도 만만치 않다. 숙제의 양이나, 수험생들이 대학입시 준비, 학점관리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일도 허다하다. 공부도 하면서 또 운동이나 악기도 하나씩 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쩌면 한국의 수험생보다 시간적으로는 더 빡빡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가진 고유한 특성 때문에 미국 학교에서의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 같다.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이 어떤 것일까를 고민해왔지만, 솔직히 정작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관찰하고 파악하는데 들인 시간은 그리 충분치 않았다. 내 아이라고 마냥 나를 닮았을 것이라는 착각아닌 착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아이를 곧 내 둥지에서 떠나보내야할 시점에 와서야, 내 아이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한국에서 좋은 학원을 찾아다니고, 어디서 교육시킬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먼저 해야 하는,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을 조금씩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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