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아월 Jun 21. 2023

나의 신체상 - 끓는점.

숫자들의 목소리

그렇게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167cm 58kg.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체중계에 본 낯선 숫자는 내 머릿속에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었다. 시작의 결심은 그러하였다, 1) 덜먹기 2) 더 움직이기. 인터넷에 난무하는 각종 연예인 다이어트로 단기간 큰 결과를 얻고 싶었다. 일주일간 바짝 매일 한 *타바타 운동이 효과가 날 무렵, 나는 조금 더 진득이 꾸준히 할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식이조절은 다이어트의 9할 이래.


소비하는 에너지는 섭취하는 에너지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어느 시점부터 식이조절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당시에는 지금 흥하는 스마트폰 어플들이 개발되고 있던 터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능들이 많았다. 그중에 나는 "눔 Noom"이라는 식단조절 어플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 (칼로리) 기록을 시작했다.


바나나는 100 kcal. 노른자 뺀 계란은 15 kcal.


매일 매 끼니마다 내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일 섭취 목표치인 1500kcal만 먹은 날은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관대한 칭찬을 건넸다. 내 안에 숫자들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철저한 계산을 걸쳐 내게 당근과 채찍을 내어 줬다. 그렇게 나는 내가 입에 넣는 모든 것을 숫자로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숫자의 기록에 어느 정도 도가 튼 시점엔 나는 다이어트 일기용 블로그를 시작했다. 100개가 조금 넘는 매일의 다이어트 기록들은 내 강박적인 계산과 기록의 근원이 되었다. 내가 먹는 모든 것을 숫자로 기록할뿐더러 사진으로도 남겼다. 그렇게 내 일상의 루틴은 기상, 섭취, 기록, 운동, 몸무게 재기의 반복이었다.


*타바타 운동 : 강도 높은 운동사이에 불안전한 휴식을 취해 운동효과를 극대화하는 운동 방법


*본 글은 어떠한 식이장애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시각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신체의 이미지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일 섭취하고 기록하고 기록을 남기던 식단일지. 숫자들에 더 집착을 하게된 계기. 계란도 반쪽을 더 먹으면 아침 목표 칼로리를 넘기에 내려 놓았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