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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월 Jan 31. 2024

외국계에서 최고를 못 찍는 이유

대나무 천장 -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을 알아보자

뱀부 실링에 대해 들어봤는가?


지난날 대학 캠퍼스에서 퍼듀대학에서 교환학생을 온 친구와 환경과 기후변화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녀에게 나는 에너지 분야에서 살아남는 동양 여성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그녀는 그건 아마 몹시 험난한 여정일 거라는 말을 했다. 그녀는 내게 뱀부실링 언급하며 미국에서 동양인으로 산다는 것은, 동양인으로서 성공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중국계 미국인이며 아버지는 중국인이시다. 내놓아라 하는 세계 최고의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교수로 직임 하신 그녀의 아버지는 네트워킹 (친목도모/인맥 키우기)에 관심이 없어 여전히 그저 교수라 한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아이비리그 교수시다..). 그녀는 장난 어린 말투로 우리 아버지는 네트워킹만 열심히 했어도 미국 내 꽤나 높은 결정권을 쥔 한 자리를 차지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녀의 씁쓸한 장난 뒤로하고 난 생각했다. 정말 왜 동양인들은 최고 경영자/결정권을 거 뭐진 것을 보기가 힘들까?



대나무 천장 (뱀부 실링)의 유래

코넬대 출신 재미 한국계 제인 현(Jane Hyun) 작가님이 2005년 출간한 책 '대나무 천장 부수기(Breaking the Bamboo Ceiling)'에서 처음 사용된 대나무천장이란 말은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빗대 만들어진 것이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하는 용어로

1970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대나무 천장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은 아시아 출신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다양한 사회 조직, 각종 전문 분야에서 맞닥뜨리는 보이지 않는 장벽, 진입 한계 등을 의미한다. 이것은 아시아계가 겪는 일종의 유리천장으로, 아시안들에 대한 편견 등으로 입학, 입사, 승진 등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현상 등을 말한다. 미국 내 아시아인들이 다른 인종들에 비해 많은 아시안 인구가 일류 대학,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도 힘들고, 설령 좋은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벽과 허들로 인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나타낸다.


즉, 서구 사회에서 아시아 국적자나 아시아계 이민자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이다.  [출처] 대나무 천장 뱀부 실링(Bamboo ceiling)|작성자 루이스



여기서 친구가 대화 속 언급한 흥미로운 부분은 본인이 속한 미국에 동양인의 승진의 진입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예외사항들이었다. 미국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최고 IT 기업들에는 몇몇 아시아인 고위직 인사들이 있는데 그들은 거의 인도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CEO, Google and Alphabet) 순다르 피차이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2004년 구글에 입사하여, 기존 대표이사였던 에릭 슈미트가 알파벳 회장으로 옮겨가면서 2015년 10월 구글의 CEO로 선임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더 나아가 어도비의 CEO는 인도계 미국인 샨타누 나라옌, 스타벅스의 CEO는 인도계 미국인 락스만 나라시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역시 인도계 미국인 사티아 나델라이다.


인도는 아이비리그보다 치열하다는 인도 공과대학교에 입시를 하는 것이 곧 실리콘 벨리의 러브콜을 받는 일이자 그 이상을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이만큼 희한하게도 미국의 최상위 대기업 (특히 IT분야)에는 인도계 미국인들이 최고경영권 자리를 꽉 쥐고 있다. 오늘은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겠다.


그럼 인도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인들은 왜 이런 뱀부 실링을 직면할까? 특히 인도와 못지않게 어마어마하게 힘든 경쟁률을 뚫고 상위권 교육을 받은 동아시아인 들은 (한국, 일본, 중국)은 왜 흔히 미국계 최고 경영직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선 몇 가지 추정되는 원인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필자가 외국계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두 가지 부분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겸손함과 자신감의 부조화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우리의 유교 문화는 아는 게 갖은 게 많아질수록 들어내지 않으며, 함부로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직위에 맞는 칭송을 받는 분위기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타고난 재능으로 이뤄낸 성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들어내지 않는 것이 멋지고 옳은 것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는 치열한 자기 PR의 시대가 아닌가.

각종 SNS에만 봐도 그 사람의 영향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들, 본인이 이룬 업적을 스스로 들어내거나 기록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맹혹한 자본주의에서 고개 숙인 벼 이삭은 쉽게 짓밟힐 뿐이다. 특히나 미국 같은 서양권의 나라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우리나라처럼) 아는 게 많은 걸 들어내는 사람의 목소리가 최종 결정권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무수히 아는 걸 안다 하지 않고 스스로가 대견하다 생각하는 부분을 타인에게 말했을 때 흔히 '재수 없다'라는 질타를 받았다. 물론 미국도 서양권의 나라들도 재수 없는 사람 (arrogant, cocky, pompous)을 싫어한다. 그러니 그들은 본인을 들어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또 아는 게 많은 척 잘난 체하듯 들리지 않게 수없는 연구와 연습을 해온 것 같다. 그들 사이에 과연 알맹이가 꽉 차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윤기가 안나는 아몬드가 인기가 많을까? 한평생을 아몬드의 윤택을 갈고닦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어 각광을 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겸손함이 중시되는 문화권에서 온 동아시아인들에겐 간혹 스스로가 스스로의 업적을 들어내지 않아 자신감과 리더십이 부족해 보인다는 항간의 이야기가 많다.


둘째. 대인관계 (interpersonal skill)의 힘


요즘 미국 틱톡에서 유행하는 밈(짤)들이 있는데, "personality hire"이라는 "성격 고용"이라는 주제의 밈이다. 이는 대인관계가 좋은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특정히 타고난 실무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취직도 승진도 잘되며 일시 해고 (layoff)도 빗겨나간다는 말이 있다.


Personality hire의 삶을 밈화한 쇼츠: https://youtube.com/shorts/qNpg7gDtEyM?feature=shared


이들은 적절히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지만 보다 더 잘하는 건 사내에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친한 동료가 되는 것이다. 회사의 차원에선 성과지향적인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호하겠지만 결국 회사는 하나의 큰 조직이며 공동체 문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본인들과 어울리는, 성격이 유하고 재밌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즉, 같은 업무도 웃으면서 함께 일하고픈 마음이 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상사 사이에서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감정의 동물이기에, 월등한 업무 능력을 보유한 사람 vs. 적당한만큼만의 업무 능력을 보유했지만 친밀감과 유대감이 높은 두사람을 두고 승진의 기회를 준다면 후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현실이다.


다만 동아시아 국가에선 주어진 업무를 완벽히 잘 해내는 것이 최고의 업무 능력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본 같은 국가에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본인이 맡은 바의 업무를 잘 이뤄낸다면 딱히 회사 사람들과 밖에서 잘 어울리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아무리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도 "별로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성격"이라면 성과평가에 좋지 않게 반영된다. 쉽게 말해 그저 맡은 일을 열심히, 성실히, 그리고 묵묵히 잘 해내더라도 사내에 대인관계 능력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 않는 다면 그 이상의 승진 혹은 기회들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필자가 본 관점에서 서양과 동양의 업무능력 평가 기준에 굉장히 큰 차이점이다. 모두와 두루두루 잘 어울리며 특히 상사와의 관계를 잘 쌓는 성격이 미국의 인력시장에 아주 큰 승진 조건이라는 부분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의견들은 나의 경험을 기반한 견해에 불과하다.


뱀부 실링은 현실적으로 아시아인들의 의지밖에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장벽일 것이다. 다만 그것이 우리의 가능성과 능력, 이뤄낼 수 있는 것들과 곳들을 한정해선 안된다 생각한다. 대나무 천장을 부시진 못하더라도 아시안답게 대나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는 겸손함을 내재하지만 본인을 들어낼 수 있는 자신감과 누구든 함께 협력하고 일하고픈 대인관계를 구축한 사람이 되는 노력이 필요한 여정이겠다.  


뱀부 실링을 타파한 오스카 주연상을 거 뭐진 자랑스러운 한국 배우들

2021년 오스카 후보자들에 동양 배우들의 "뱀부 실링"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된 보도. 뱀부 실링의 차가운 현실들을 표현하고자 쓴 용어라 다시금 되풀이한 작가의 X 글까지도 기사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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