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말 알고 싶다
2030 세대, 일을 안 하는 이유가 많다더라. 요즘 MZ 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해서 결혼도 안 하고 취업도 안 한다고 기성세대들은 말한다. 하던 일도 진득이 하는 법이 없고 힘들게 취업해도 금방 관둔다고 한다. 직장에선 에어팟을 끼며 업무의 능률이 올라간다는 맑눈광이라고 한다.
맞다. 다 맞는 말이겠다.
근데 내가 느끼는 내면은 사뭇 다르다.
취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한데 왜 젊은 층들은 취업을 안 하거나 포기하거나 다른 경로를 탐방하는데 청춘을 소비하고 있냐는 의문들이 제기된다. 나야말로 궁금하다. 왜 나는 취업을 할 능력도 되고, 나쁘지 않은 대학을 나왔고, 대학 내내 쉬지 않고 열심히 업무경력도 쌓았는데 무엇 때문에 서류에서 광탈할까?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경험들과 사고로 귀사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다짐한 내 마음을 몰라주고 인터뷰 단계도 못 가게 할까?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활동을 할 때, 혹은 경력을 쌓을 땐 다양한 기회들이 널려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의 신분을 졸업한 그 즉시, 업무에 필요한 특정한 능력도 아직도 못 갖춘 부족한 취준생이 되는 현실이 너무 차갑다. 서울대 나와서 치킨집 차리는 게 요즘 취업난의 현실이라고 말하던가. 나는 그냥... 어느 정도의 직장의 복지도 지켜지고, 4대 보험도 되고, 미래가 안정적이여 보이는 기업 혹은 단체들에 지원을 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최소한의 조건들을 갖춘 기업들은 이미 완성형의 전문가들만 뽑으려는 것 같다. 분명 entry level의 구직을 찾고 있는데 직무설명을 유심히 읽어보면 관련 분야 최소 5년 유경험자를 원한다더라.
그렇게 갓졸업한 신입사원들의 자리는 3-6개월에 그치는 인턴십 혹은 아무리 사이트를 들어가 찾아봐도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 곳들뿐이다. 설령 그렇게 몇 안 되는 소소한 경험의 학부 졸업생들을 위한 신입자리가 있다해도, 이미 날고 긴다는 어마어마한 스펙에 하이에나 무리들에 밀려 서류에서 광탈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억울하다. 나도 알잘딱갈센 슈퍼 J, 그것도 엄격한 관리자 ENTJ인데. 왜 나를 면접에서라도 말을 섞을 기회를 안주는 것인가.
수차례의 지원서 광탈에, 졸업하면 희망하는 분야에 열과 성의를 다한 태도와 열의로 지원하면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설렘과 열정은 곧이어 연기만 가득 피어오르다 픽하고 꺼져버린 내 방 훈향과 같다.
끊임없이 계속 도전하고 싶지가 않아 진다. 지원서도 쓰다 보니 늘고, 늘다 보면 더 잘 쓸 수 있다고? 개소리다. 지원서는 쓰면 쓸수록 머리카락이 빠지고 머리가 부서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걸어온 길과 발자취는 한정적이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나의 재료는 몇 안 된다. 근데 그런 소박한 재료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란다. 된장찌개 재료로 미슐랭 스타를 받을 만한 디쉬를 만들란다. 그리고 각기 다른 회사 입맛을 잘 파악해서 만들어 내란다...
이런데도 요즘 젊은이들은 의지가 약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서 취업을 안 한다고 한다.
정정하건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원하는 데로 안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해내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그냥 미쳐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일을 너무 오랜 기간 열심히 하면 번아웃이 오는 게 당연하다. 근데 나는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번아웃이 오는 기분이다. 내가 번아웃이라고 말하기에도 자격이 안된다 생각한다. 빨리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하며 당당히 번아웃이 왔다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