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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May 17. 2024

야생화 이야기

13. 피나물, 매미꽃


야생화 중에도 견우와 직녀가 있다. 서로 인연이 있으면서 식생이 달라 남북으로 갈라진 꽃들이다. 홀아비꽃대(북)와 옥녀꽃대(남)가 그렇고 버섯류인 노랑망태말뚝버섯(북)과 망태말뚝버섯(남)이 그렇다. 그리고 피나물과 매미꽃이 있다. 


초보자가 보기엔 두 꽃은 외모 차이가 거의 없다. 꽃과 잎의 모양이 흡사하고 줄기를 꺾으면 똑같이 빨간 진액이 나온다. 그래서 피나물이다. 피나물을 노랑매미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장 큰 차이라면 피나물은 잎줄기에서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는 한편, 매미꽃은 꽃줄기와 잎줄기가 따로 있다. 즉, 꽃이 피는 꽃대에는 잎이 달리지 않는다. 피나물은  주로 북쪽에서 4월 초순부터 피고 매미꽃은 남쪽에서 4월 중순 이후에 피기 시작한다. 

피나물: 꽃잎이 네 장이고 잎줄기 사이에서 꽃이 핀다
매미꽃: 피나물과 거의 같은 모습이나 꽃대가 뿌리에서 곧바로 나와 꽃을 피운다.

나는 피나물을 4월의 꽃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특히 4월에 큰 아픔이 많았다. 4.3과 4.19가 그렇고 4.16 세월호 참사가 그렇다. 그리고 우린 그 슬픔을 노란 리본이나 양초로 위로했다. 피나물은 꽃이 샛노란 색이기도 하고 줄기에서 핏물처럼 빨간 액이 나온다. 어느 날 문득 피나물이 4월의 아픔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가 4월 중순경 계곡을 융단처럼 수놓은 피나물 꽃을 보면 아름답다기보다 슬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피나물: 4월 중순이면 이렇게 계곡을 가득 덮는다

이름에 나물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피나물은 독초다. 동의나물, 요강나물도 독성이 강해 먹을 수 없다. 조름나물은 독성 여부와 상관없이 멸종위기종이라 꺾으면 잡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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