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등칡, 쥐방울덩굴
세상엔 신기한 꽃도 많다지만, 그나마 온순한 편인 우리나라 식생에서도 등칡의 꽃은 모양이 정말 독특하다. 등도 아니고 칡도 아닌 식물. 꽃은 어떻게 보면 색소폰이나 호른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라바를 그대로 데려온 듯도 싶다. 꽃은 통꽃이며 U자형으로 굽어 있다. 꽃술대(수술과 암술이 결합하여 생긴 기관으로 대부분 기둥 모양이며 주로 난초과 꽃에서 볼 수 있다)가 안쪽 깊이 있는 탓에 딱정벌레와 파리 같은 매개벌레가 들어가서는 입구를 찾지 못하고 그 안에서 죽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꽃을 잘라보면 그 안에서 죽은 벌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독성도 강하다 하니 또 다른 의미에서의 식충식물인 셈이다.
과거에는 인가에서도 쉽게 보였지만 농사 짓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잡초인지라 마구잡이로 뽑아버리고, 지금은 깊은 산에 올라야 겨우 만날 수 있다. 산림청에서도 희귀 식물로 보호 중이다. 꽃은 5월에 피기 시작한다.
쥐방울덩굴과의 식물은 쥐방울덩굴과 등칡 뿐이다. 그러니까 쥐방울덩굴이 원조이겠다. 쥐방울덩굴의 꽃도 등칡의 꽃을 축소해 놓은 모양이라 독특하기는 등칡 못지 않다. 역시 꽃은 통꽃이고 6개의 암술과 수술이 합쳐 꽃술대를 이룬다.
쥐방울덩굴은 매우 소중한 꽃이다. 마을 개울가에 흔하던 꽃은 도시가 들어서고 하천 정비를 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며 희귀종 및 멸종위기종이 되었는데 이 꽃이 사라지면서 엉뚱하게 꼬리명주나비마저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꼬리명주나비의 애벌레가 쥐방울덩굴의 잎만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역시 멸종위기인 사향제비나비도 등칡과 쥐방울덩굴에만 알을 낳는다. 지금은 꼬리명주나비 때문에라도 나라에서 복원에 힘쓰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다고 한다. 꽃은 7월에 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