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11] 그래도 되는 건 없다

by 현용석

"그래서 화를 낼 자격이 우리에게 있나요?"

몇 년 전 한 중간관리자와의 면담에서 던진 질문이다.


조직내에는 보고라인이 있다. 과거 직장문화에 익숙한 40대 중반 이상의 직원들에게는 조직지휘체계라고 이해하고 있는 그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직원 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수 요소가 되면서 소위 조직위계질서에서 마지막 남게 된 단어가 이제 보고라인이라는 단어인 것 같다. 주로 외국계 회사에 몸담아 온 나에게는 그렇다.


내 경험 상 조직 내 보고라인 위쪽에 있는 많은 직원들은 이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고라인 상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오해는 이들이 다른 방향의 행동을 하게 만들었고, 오히려 조직 내에 자유로운 보고를 저해시키는 상황을 맞게 된다.


단위 조직 내에는 팀장, 여러 중간관리자, 생산현장 관리자, 그리고 경력에 따른 선임자 등 여러 하위 보고자를 갖는 포지션들이 있다. 빈 도화지를 펼쳐 놓았을 때 이들 구성원들은 모두 하나의 점이며, 주어진 점의 위치에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하는 같은 동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오해하는 이들은 수평으로 펼쳐진 도화지가 아닌 수직적인 관계로 판단한다. 이러한 자들은 하위 보고자들에게 본인 스타일로 간섭하고, 지시하고, 심지어 업무와 관계가 없는 일상에서까지 지휘체계를 활용하려고 한다.


팀의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보고라인의 위쪽에 있는 자들의 책임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전달하는 업무가 수행될 수 있는 환경 조성까지 책임범위에 있다. 일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다가 기한이 닥쳐서 팀원들에게 내놓거나 일의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을 지시한 후 잘못된 결과나 늦어진 업무 책임을 팀원에게 돌리는 경우들은 빈번하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이런 직원들은 남들 앞에서 화를 내거나 지적을 하면서 본인의 과실을 최대한 감추고 나쁜 결과의 원인이 특정 팀원의 잘못으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 보고라인에서의 위치를 오용하여 업무관계 외에까지 영향을 발휘하려는 자들도 있다. 함부로 심부름을 맡기고, 개인적인 요구를 하고, 본인의 만족을 위해 직원의 저녁이나 주말시간을 뺐는 등 말이다.


조직 내에서 어느 위치에 있건 함부로 해도 되는 건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낼 상황이라면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먼저 돌아봤으면 한다. 정확한 설명을 전달했는지, 이전에 유사한 업무가 익숙해질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지, 충분한 준비시간을 주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내가 화내면서 지적하는 그 부분에서 나는 얼마나 떳떳한 직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