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춘천 공지천 길

by 밥 짓는 사람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벌써 기십년이 지난 기억인가.


약사명동길 큰길을 따라 강가로 걸어가는 길. 페리카나 치킨집을 지나면 두 글자로 된 홍등의 술집들이 양 길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외지인들이라고 하기에는 이 길은 모자라다. 한참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낡은 버스 터미널에서 나온 강원도를 거쳐 온 사람들.


낡은 입구를 나와 육교를 건너 주변을 두리번거려보면 쓸만한 밥집이라고는 도라무 통에 의자 걸쳐 앉아 구워대는 저 닭갈비 집이 유일한데. 닭갈비 집도 사연을 들어보니 경상도에서 돼지갈비 집을 하다가 터덜대며 돌고 돌아 주저앉게 된 춘천. 터미널 어귀에서 그저 밥이라도 굶지 않을 셈으로 열게 된 가게. 돼지를 사입해서 구워 팔아야 하는데, 가진 것 없으니 닭이라도 얻어다가 갈비 인양 넓게 저며 팔아온 집. 닭갈비 집.


버스터미널을 나와 공지천 길 쪽으로 가다 보면 저쪽으로 기차가 도착하는 길이 보이고, 그 한적한 저녁길은 미군부대 앞이라서 토닥토닥거리면서 걷는 사람도 하나 없는 길. 겨울 찬바람 세게 불면 저 다리 밑에서 얼음낚시하는 외지인도 그득했다.


그러고 보니 이 길. 약사명동길에는 외지인들만 그득했나 보다. 언덕에 있는 성당 하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는데, 성당이니 남의 것일 수도 있다.


외지인에게 박하지 않던 춘천길 사방으로 오래된 건물들은 사라지고 정갈한 아파트가 올라서고 있다. 골목 입구마다 할머니 혼자 지키던 구멍가게와 선술집을 밀어내고 소주 한 병 사러 가려면 새로 정비된 길을 넘어 한 블록을 나가야 한다.


약사명동길 골목에 서서 시청 쪽을 보니 길이 좁아지고 사람도 좁아진다. 저기 언덕 위 오래된 호텔부터 뾰족하게 산처럼 내려온다 치면 , 춘천은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길. 약사명동에서 좌우 길로 헤매면 짧게 다시 돌아오는데 , 공지천으로 갈수록 춘천 좌우 길이 멀어진다. 다행히 오늘 하루 돌아다닐만한 길은 전부 돌았다.


약사명동길. 그 앞 언덕까지만 돌고 보니 외지인에게 후한 춘천이 아직 남아있어서 다행이었다. 떡볶이 한 접시로 나에게 과한 연민을 주고 있다. 그때의 기억은 남아있는 만큼은 다 맞고, 지금의 나도 그럭저럭 맞다. 다 맞추고 살 수는 없겠지만 ,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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