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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서본시인 Jun 29. 2023

[마츠바라 준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나 혼자

홀로 사는 사람이 꼭 챙겨야 할 인생 정리법

젊은 한창 때라고 하는 순간을 나는 보내고 있다. 좋은 일도 싫은 일에도 발을 담그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다사다난한 매일의 생각과 감정이 지금처럼 늘 그렇게 반복될 것만 같은 착각 안에서 오늘을 산다. 그런 와중에 문득 엄습하는 죽음의 기운은 과연 내게 인생은 무엇이던가 자문하게 만드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결국 모든 사람은 죽기 마련인데, 다들 죽음을 향하는 대기시간을 서로 공유하고 있으면서 주변의 온갖 매체와 사람들은 죽음을 거부하는 사상을 몸소 제창하며 생을 위한 생기 있는 이야기만 떠들어 댄다. 오래 살고 무한한 미래를 계획하는 과업이 이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유일한 인간의 구원으로, 그 대척점에 서있는 죽음은 일상생활에서 조금의 언급조차 되지 말아야 할 부적절한 대상으로 취급될 뿐. 더더욱 가속화되는 고도화되어 가는 초고령화된 사회 안에서 내 정신이 이처럼 혼미하게 되는 건 이상하리라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나는 진짜 무엇을 바라보고 지금을 살아가며 죽음을 대기하고 있는 것일까. 


70대로 인생의 후반기를 살고 있는 일본 독신여성이 책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내보인다. 이제와 보니 친구는 필요 없다고. 가족은 더더욱 필요 없다고. 이웃사촌이 마음이 떨어진 친족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강조했다. ‘고독사’라는 말 자체가 탄생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역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일까. (하지만 작가는 ‘고독사’라는 용어를 부정하며 ‘홀로 죽음’으로의 표현을 대신한다) 여성들이 사후의 장례가 걱정되어 스스로를 도모하기 위해 장례와 유언을 서로 돕는 커뮤니티를 구성한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심는다. ‘유언장을 작성해 둘 것’, ‘연명치료 의사를 사전에 주변에 명확히 할 것’ 등등 너무 현실적인 과제들도 많지만 그 무엇보다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고독을 받아들이고 홀로 와서 혼자 가는 인생의 여정을 거침없이 받아들일 것을. 고독이 동반하는 ‘쓸쓸함’과 ‘외로움’의 의미는 항상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본인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독자에게 깨닫기를 촉구했다. 혼자 죽음에 임한다는 것이 타인에게 쓸쓸하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한 결과이라면 오히려 축복받고 지향될 자세임을 알게 한다. 작가가 독신이었기에, 또 그런 관점으로 지금까지 세상을 대면해 왔기에 가능한 태도인가? 죽음을 마주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제각각이듯 천차만별로 다르겠다. 하지만 ‘홀로 죽는다’는 이제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는 주변의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단순히 우리와 사회 구성원의 누군가의 입장만으로 일방적인 판단을 내보인다면 그것 자체로 편견이 아니던가. 가족이 주변에 있어서 그 가운데 축복받으며 세상을 떠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경제적인 이유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많은 복잡한 관계를 지니게 되고, 모든 이가 바라보는 안에서 이뤄지는 죽음은 오히려 특별한 죽음으로 치부되며 평범한 무언가가 아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타고났다. 동시에 나는 오래 살고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질긴 생을 향한 목적이 과연 누구에게나 조장되어야 할 삶의 목적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생명의 위기를 불안으로 조정하며 경제를 영위하는 상업활동도 보편화된 마당에 이게 무슨 놀라운 일이겠냐마는, ‘오늘 점심으로 뭐를 먹을까’만큼 이제는 당연하게 ‘나의 죽음은 어떠한 형태일까’ 스스로가 고민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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