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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서본시인 Jul 02. 2023

[장강명] 당선, 합격, 계급

작가가 되기 위한 험난 여정을 뒤로한 사회의 시스템

"건필하시기를!" 하면서 글을 끝맺는 작가의 의도에, 결국 이 책의 목적은 각종 문학상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번 확실하게 되새기는 한 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챕터를 통해 작가는 여러 이유와 비평, 단점을 나열해 두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론을 확고히 하고자 하기 위한 재료 그 이상은 아니다. 표제에 장식되어 있듯이 과연 2010년 이후 문학공모전의 최대 수혜자인 기자출신 소설가다운 당연한 발상이 아닐까 했다. 현명하게도 작가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까지도 자신의 이점으로 잘 되살리면서, 한편으로 부정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르포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그 정도로 작가는 굉장히 영민하고 계산적인 대단한 분이었다. 

'독서'가 주는 무게감은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그 가치평가가 높다. 시간 때우기 위한 오락용도로 읽는 책도 타인의 시선 앞에서는 뭔가 영감을 받는 경건한 활동처럼 보인다. 책을 읽고 쓰는 후기도 나의 경우 단순히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혹은 책을 읽었나 안 읽었나 단순한 표시를 위한 기록일 뿐인데 (기억력이 매우 좋지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 한 챕터까지 읽고 나서야 이미 읽었던 책이었음을 뒤늦게 알아버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치 대단한 독후감이라도 남겨야 할 것처럼 거드름을 피워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것이 학창 시절 끊임없이 주입된 강요에 의한 독서와 독후감의 후유증일지는 모르겠으나, 학생 신분을 벗어난 사회에서의 어른은 결코 독서와 친해지기 어려운 입장에 놓인다. 때문에 내가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취향은 뒤로하고서라도, 편협하게 장르를 파거나 대형서점이 판촉 하는 도서들 혹은 출판사가 프로모션하는 광고에 현옥 되는 것이 누구나 거쳐야 되는 자연스러운 단계처럼 되었다. 그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내손을 스쳐간 책도 있지만 사정이 많은 책들이 아직까지 내 손에 도달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구석구석 숨어있다. 친구의 추천일 수도 있고 공모전을 통한 수상작이기에, 신간이라는 이유로 판촉하는 출판사의 광고에 눈길이 가서, 책을 사면 상품을 얹혀준다는 기업의 상술에 꼬드겨서, 사서가 추천한다는 테마에 이끌려서, 남들이 많이 빌린다는 추천도서로 인해, 들춰본 잡지의 한편에 실린 서평이 맘에 들어서 각종 이유로 우리는 책을 선택하고 독서에 내 시간을 쓴다. 

다만, 일개 독자로서 문학상의 의의와 소위 공모전이 지니는 간판역할의 의미가 많은 부분에서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사실 나는 애초에 작가가 지적하였듯이 한국 소설장르에 손이 가지 않는다) 문학상을 받은 모든 작품이 (분명 뛰어난 작품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부분이지만) 나에게 적합하고 뛰어나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수상작이 주는 무거운 무게감 때문에 부담감이 들어 괜한 기대감 혹은 괴리감을 선입견으로 작용하게 되는 이유도 한 몫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 서사가 독자에게 있어 문학상 존재의 의미를 짚어보자는 것보다는 창작을 진행하며 작가를 꿈꾸는 작가지망생들의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파헤쳐 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였다. 분명 그들의 행위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작품을 소비하는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마냥 모른척하고 남일처럼 지켜볼 관계성 없는 주제가 아님은 분명하지만, 비약적으로 작가가 언급하고자 하는 부분에 위계를 둔다면 아무래도 이것은 독자를 향한 관점에만 머물러있지 않았다. 


나는 독서하는 게 그냥 이유도 없이 재미있어서 흥미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그에 비해 작가는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사회는 책을 어떤 산업으로 받아들이며, 경제활동으로서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해 왔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개선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작가는 언급했다. 작가는 그만큼 책을 사랑하고 애정깊이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독서 그 이상의 관심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환기하려 애쓰는 듯했다. 작가는 문학공모전을 공채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이해를 돕고자 했다. (전직 기자다운 놀라운 발상이다) 결론 또한 로스쿨과 공시제도의 존폐를 통해 해석하고자 했던 점은 더더욱 신기했다. 작가가 던진 지금의 의견교환이 현 상황의 개선과 더 나은 발전이 될 수도 혹은 잘못된 판단으로 상황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 의미는 더욱 확실해지며 분명하게 각인되겠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자세. 사람들은 결국 작가와 같이 문제점이 있다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불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또 다른 사람이 보완하면서 문제를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모두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자연스레 이동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긍정적인 해결책을 나는 자연스레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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