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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쁨 Jul 22. 2024

과속 방지턱

시가 불어와


<과속 방지턱>


아스팔트 위에 기다랗게 누워

넘나드는 이들에게 조용히 타이른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라고

급할 것 없으니 잠시 멈추라고

도로가에 줄지어 핀 코스모스

기다란 목 빼고 한들한들 인사하는데

손 한 번 흔들어 주면 얼마나 반갑겠는가.     


울퉁불퉁 길 위에 작은 둔덕

넘나드는 바퀴들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놀라지 말라고

너머에 있는 험준한 길 대비하라고

진흙 웅덩이 빠질까 두려워말라고

젖은 땅 마를 때까지 기다려주면 되지 않겠는가.     


덜커덩, 방지턱은

장애물이 아니라 쉬어가는 곳이오.

삶의 길 위에 달리는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의 가슴 둔덕이오. 


by. 예쁨




"쿵 할게요~"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를 태우고 가는 한 남자의 자상한 멘트에 심쿵한 적이 있다.

달리다 보면 수없이 많은 과속방지턱을 만나지만 나에게 다정하게 안내를 해 준 사람이 있었던가.

물론 나에게는 친절한 내비씨가 있다. 부러 남자 목소리로 설정을 바꿔놓기도 했다. 

내비씨는 전방 몇 미터에 과속방지턱이 있다고 꽤 자세하게 안내해 주는 편이지만 어쩐지 다정하진 않다.

작은 둔덕을 보지 못하고 속도를 냈다가는 엉덩이가 출렁하고 정말로 쿵! 한다. 

방지턱 하나로 도로 위 위험한 요소가 줄고, 운전자도 더 조심하게 되어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방지턱을 만나면 한참 전부터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주변을 보게 된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들과 인사도 나누고, 혹시 지나가는 행인들이 있나 더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빨리 달리면 배경이 되지만 천천히 달리면 풍경이 된다.


고마워요, 방지턱.

쿵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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