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불어와
<과속 방지턱>
아스팔트 위에 기다랗게 누워
넘나드는 이들에게 조용히 타이른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라고
급할 것 없으니 잠시 멈추라고
도로가에 줄지어 핀 코스모스
기다란 목 빼고 한들한들 인사하는데
손 한 번 흔들어 주면 얼마나 반갑겠는가.
울퉁불퉁 길 위에 작은 둔덕
넘나드는 바퀴들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놀라지 말라고
너머에 있는 험준한 길 대비하라고
진흙 웅덩이 빠질까 두려워말라고
젖은 땅 마를 때까지 기다려주면 되지 않겠는가.
덜커덩, 방지턱은
장애물이 아니라 쉬어가는 곳이오.
삶의 길 위에 달리는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의 가슴 둔덕이오.
by. 예쁨
"쿵 할게요~"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를 태우고 가는 한 남자의 자상한 멘트에 심쿵한 적이 있다.
달리다 보면 수없이 많은 과속방지턱을 만나지만 나에게 다정하게 안내를 해 준 사람이 있었던가.
물론 나에게는 친절한 내비씨가 있다. 부러 남자 목소리로 설정을 바꿔놓기도 했다.
내비씨는 전방 몇 미터에 과속방지턱이 있다고 꽤 자세하게 안내해 주는 편이지만 어쩐지 다정하진 않다.
작은 둔덕을 보지 못하고 속도를 냈다가는 엉덩이가 출렁하고 정말로 쿵! 한다.
방지턱 하나로 도로 위 위험한 요소가 줄고, 운전자도 더 조심하게 되어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방지턱을 만나면 한참 전부터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주변을 보게 된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들과 인사도 나누고, 혹시 지나가는 행인들이 있나 더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빨리 달리면 배경이 되지만 천천히 달리면 풍경이 된다.
고마워요, 방지턱.
쿵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