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불어와
나는 개똥참외
개똥밭에 누워있는
작고 하찮은 노란 덩어리
매끈하지 않대
볼 품 없대
어리석은 시선은 진실의 훼방꾼이야
껍질 위 상처는 모르는 척해줘
참외 속살의 아삭함만이 진리일 거야
나는 개똥참외
노란 달빛으로 빚어낸 생명의 씨앗
여름밤이 키워내는 기적의 열매
달기만 한 열매는 매력 없잖아
평범한 건 싫어
자유로운 게 좋아
무심한 발길질에 구르다가도
아사삭
누군가 한 입 베어 문다면
소박한 진실의 맛
그것은 한 여름의 청량함이야.
개똥참외의 개똥철학
by. 예쁨
지인의 텃밭에서 참외를 구해왔다.
'구해왔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그들이 '개똥참외'라 불리며 그야말로 개똥밭에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져와 노란 껍질을 벗기고 한 입 베어무니 아사삭~!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기가 막혔다.
겉으로 보기에는 결코 짐작할 수 없는 맛이다.
그럼에도 짐작해 보자면, 여러 번의 낮과 밤으로 자연의 정성스러운 수고가 여름의 맛을 탄생시킨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노랗고 단단한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지 참으로 경이롭다.
겉모습,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그 사람의 진가는 말 한마디와 상대를 대하는 태도로 판가름 난다.
세상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지 개똥밭에 굴러본 자들은 안다. 더 단단해진 껍질로 진짜 나를 알아봐 줄 이를 기다린다. 그들만의 철학이 생기는 거다.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바로 당신 안에 있음을 기억하세요!
*개똥참외 :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생겨난 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