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불어와
무거운 바위틈 사이
노란 꽃이 피었다.
날카로운 추위에 아랑곳 않더니
한여름 무더위 이겨내고
억센 빗줄기 맞으며
보란 듯이 꼿꼿하다.
“나 여기 있어요!”
감히 누가 너를 뽑을 수 있겠니?
높다란 기와지붕 사이
노란 꽃이 피었다.
고작 한 줌의 흙일지라도
메마른 땅 뚫고 올라왔으니
치열하게 뿌리내려
기어이 살아남았다.
“꽃밭이 아니면 어때요?”
감히 누가 너를 꽃이 아니라 할 수 있겠니?
너는 이곳에 피어날 존재였으니
노란 꽃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by. 예쁨
소격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뒤편에는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이 있다.
이곳은 조선왕실 출신자들의 처우 등에 대한 사무를 보던 종친부의 핵심시설로 고종 때 왕권 강화책으로 중건되었다고 한다. 경근당 앞 넓게 펼쳐진 월대를 감상하고 있는데 바위틈 사이로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불쑥 고개를 들고 있다. 마치 "저 여기 있어요!" 알아달라는 듯이 한들거리며 먼저 아는 체를 해 온 것이다.
이름이 없다한들 어떠한가, 꽃밭이 아니면 어떠한가. 노란 꽃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그저 피어나고 견뎌주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