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였으며, 현재는 시립미술관으로 사용 중인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세월의 흔적 때문일까, 건물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 때문일까? 건물 안팎으로 풍기는 정취가 이국적이면서도 때 묻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서소문동에 있는 시립미술관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이지만 건물 내부의 고혹적인 매력은 한 발짝 발을 내딛을 때부터 느껴진다. 삐그덕 나무바닥 밟는 소리가 왜 이렇게 정겨운지... 교실 바닥에 일렬로 앉아 열심히 왁스 칠하던 고사리 손들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오래된 나무 바닥의 앓는 소리를 무시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사실 남현동 주변은 술집과 원룸이 밀집해 있는 다소 시끄러운 동네지만 이곳으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온 듯 묘한 느낌을 준다.
미술관 앞마당에는안내 표지판이 즐비하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이내 웃음이 절로 나는 작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발레파킹이 제공되지 않으니 발로 파킹을 알아서 하라는 안내라던지, 이곳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면 크리스마스날 선물을 못 받게 될 거라는 귀여운 저주가 그렇다.
부쩍 옛것이 떠오르고 그립다. 노래 한 소절에 그 시절로 겅중 뛰어 들어갈 수 있듯이 오래된 건물에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노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