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 특집

하루야, 안녕?

by 예쁨

나는 2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교수도 학생도 교직원도 아니다.

동행자가 대학생인지라 시각장애인을 돕는 활동지원사로서 이동 동선이 그럴 뿐이다.


동행인이 수업에 들어가고 나면, 나는 잠시 쉴 수 있는 빈강의실을 찾아다닌다.

뜻하지 않게 누군가의 비밀연애를 알게 되고,

기괴한 소문을 듣게 되고,

그렇게 괴담과 사담 속에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이나 교수님들은 내가 누구인지 꽤나 궁금해한다.

(흐흐흐…. 그동안 제가 사람으로 보이셨습니까~ㅇ_ㅇ)


그러던 어느 날,

종종 나의 쉼터가 되어주는 411호 강의실에 언제부턴가 작은 인형이 놓여있었다.

‘반려인형’ 입양자로서 인형에 대한 호감도가 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빈 강의실에서 마주치는 녀석은 어딘가 모르게 오싹한 구석이 있다.

두둥

- 누….. 구신데요?

- 그러는 댁은 누구신데요?

사실은 낯가려.

일부러 손도 안 대고 그대로 두었는데, 자리가 불편하셨던 걸까?

(왜 존댓말 하는데?)

다음 날 만난 녀석은 교탁 옆으로 내려와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나가주어야겠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 쉴 곳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일지도 모르니까.




이사 온 집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뒷산 산책로와 이어져있다는 거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아주 가끔이라는 뜻), 뒷산을 오른다.


오랜 시간 오가던 길이지만 다름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몰라라, 오리발 내밀기

공룡 화석인 줄,

오리발인줄,

삼세번이라는 줄,


나무뿌리란 원래 땅속에 있어야 할 몸의 일부지만,

이렇게 바깥으로 나오면 다양한 정체성으로 느껴진다.

처음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자세히 보니 어떤 계시 같기도 하다.


로또신이시여,

그래서 3번이라는 겁니까….. 33번이라는 겁니까?





본격적인 오싹 타임은 이제부터,

(*임산부, 노약자 주의요망!)

그 시작은 돼지등뼈를 사기 위해 정육점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마침 오늘 들어온 신선한 고기가 있단다.




특. 별. 히
좋~~~~~은 거루다 드릴게~!

돼지꼬리 쵝오 ;;

신선한 고기를 받아 들고 신나게 집에 왔지만,

검은 봉지를 풀다가 그만 싱크대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엄마야! 이게 뭐야?! ㅠ_ㅠ


갑자기 사장님의 소름 끼치던 미소도 떠오르고, 의미심장했던 말도 되짚어보았다.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그 ‘좋은 거’란, 바로 돼지 꼬리였다.

자고로 돼지 꼬리란 꼬불꼬불해야 되는 거 아니었나?


결코 잊을 수 없던 등골 오싹 에피소드였지만,

고기맛은 최고였답니다.

사장님 쵝오! ㅠ



이탈리아 로마 2024. 12

유럽여행 중 들렀던 로마 콜로세움이다.

압도적인 크기에 놀라며 엄격한 출입절차를 기다리던 중 수많은 구멍들이 눈에 띄었다.

로마 시대에는 대리석이나 석재 블록을 맞물리게 고정하기 위해 철제 클램프를 사용했고, 그 자리를 납으로 채워 고정했다.

이후 르네상스, 바로크 시기에 들어서며 콜로세움의 돌이나 금속 연결 고리등을 뜯어 공사 재료로 사용하면서 비어있는 자리가 생겼다고.

이렇듯 기둥 위로 만들어진 구멍 중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의 얼굴을 한 그를 발견했다.


비어 있는 눈은 단호했고,

빼뚤어진 코는 고집스러웠고,

꾹 다문 입술은 묵직했다.


환호와 비명, 권력과 처벌,

수많은 군중들의 시선이 느껴져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굳은 얼굴로 수천 년을 버티고 있었을 그가 안쓰러워 살포시 쓰다듬어주었다.





이것은,

19금 특집에 가깝지만, 나름 오싹했으므로.


채소에도 성별이 있을까?

수컷 가지

가지가지하네.




엄마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바로 긴긴 겨울방학이다.

삼시세끼 걱정해야 하는 공포 기간이 따로 없다.


와중에 누렁이는 해피하다.

슬기로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으므로.

잡숴봐.

귤 한 바구니 까먹으면서 뒹구는 게 최고지예~!



by. 예쁨




에번스 : “주여, 당신에겐 우리가 필요합니다.”

자막 : 나는 너희가 두렵다.


- 삼체(2) 암흑의 숲, 류츠신 -






*커버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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