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야, 안녕?
나에게는 소개하고 싶은 특별한 친구들이 있다.
재활원에서 만난 인연 : <태창이>
그와의 첫 만남은 8년 전, 재활원에서 가족 봉사를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아들과 동갑이었던 ‘태창이’는 구김살 없이 밝은 아이였다.
식당이나 청소봉사를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밥은 잘 먹었는지, 오늘은 뭐 하는지를 묻곤 했다.
그의 스스럼없는 태도와 무해한 웃음 덕분에 우리는 한층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재활원은 외부인 출입을 조심스러워했고, 자연스럽게 태창이를 지정후원 하게 되었다.
태창이의 재활원 생활은 스무 살이 되면서 <독립>이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다행히 독립하기 전 수많은 교육과 수련, 그리고 비교적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5년간은 홀로서기에 준비단계를 가지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자리도 생겼고, 나라 보조금과 활동지원사 바우처 시간도 주어졌다.
그 무렵 아들 녀석도 낯설고 먼 도시에서 독립을 하게 되었지만,
아들 집은 못 가봤어도 그의 새로운 보금자리에는 양손 가득히 인사를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연고가 없는 장애인이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재활원에서 여러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생활해 오던 아이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재활원에 있던 형과 위아래 이웃으로 살게 되었지만, 나에게- 정확하게는 우리 가족에게 하루에도 두세 번의 전화를 건다.
잦은 전화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쪽에서 알아서 받는 편이다.
책임질 수 없는 마음까지야 내어줄 수 없겠지만, 나에게 그는 특별한 친구다.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의 삶을 응원할 것이다.
그는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전화를 한다.
선생님~ 치킨 먹고 싶어요!
선생님~ 케이크 먹고 싶어요!
선생님~ 떡볶이 먹고 싶어요!
때로는 내가, 때로는 남편이, 때로는 아들이,
그의 특별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 기쁘다.
그의 생일은 12월 15일이다.
‘독립’이라는 새로운 출발 앞에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신발 한 켤레를 선물했다.
앞으로 더 멀리, 더 단단하게 걸어가기를!
환장의 짝꿍 : <효원이>
‘효원이’는 전맹 시각장애인 ‘이용자’이고 나는 그녀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활동지원사’로 함께 걷는 짝꿍이다.
그녀는 24학번, 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파트는 소프라노다.
우리는 그녀의 대학생활이 막 시작되던 무렵 처음 만나, 어느덧 3년째 환장의 짝꿍으로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그녀의 눈이 되어야 할 내가 지독한 길치라는 사실에 주변에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환장의 짝꿍이라 생각할 뿐.
(얼마 전에도 버스를 잘못 탔는데 청력이 밝은 효빈이가 다음 정거장 이름이 낯설다는 것을 알아채고 알려주어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일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차릴 때가 있다.
유난히 촉각이 예민한 이 친구는 옷도 장갑도 본인이 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고, 달라지는 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분명 어머니께서 좋은 장갑을 꺼내주셨지만 당사자는 불편해했기에 그녀의 손에 맞는 장갑과 익숙한 카드지갑을 선물했다.
지난 학기에는 어떤 친구가 큐브를 가지고 왔다.
큐브를 만져보며 신기해하던 효원이는 색깔로 육면체를 맞춰야 하는 큐브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고, 찾아보니 시각장애인용 큐브가 있었다.
배송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그녀의 생일날에 맞춰 선물할 수 있었다.
방학중이었지만 친구들과 교수님을 모아 생일파티도 했다.
기뻐하는 그녀를 보니 흐뭇했다.
기쁨과 행복은 전염된다.
그녀의 생일은 1월 23일,
생일 축하해!!
사랑둥이 :<사랑이>
동행인의 집에는 리트리버(누리)와 푸들믹스(사랑이) 그리고 고양이(금동이)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반려견 삼봉이를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누리가 댕댕별로 따라갔고, 작년에는 금동이 마저 냥냥별로 떠났다.
이제 홀로 남은 바로 이 녀석이 자꾸만 더 눈에 밟히는 특별한 친구 ’ 사랑이‘다.
출퇴근에 잠시잠깐 보는 사이지만 유난히 나를 따르고 좋아하는데, 이 집 식구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사랑이와의 애정은 각별하다.
작년 크리스마스날, 유행 아이템 김장조끼를 선물했다.
뭘 입혀도 예쁜 걸 보니 역시 옷은 거들뿐, 미모가 열일을 한다는 법칙이 동물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쁘기도 하지~ 오구오구~)
언제나 꼬리로 반겨주는 사랑이다.
치명적 사랑스러움-
반려인형 : <누렁이>
푸섹(푸짐하고 섹시한) 우리 집 누렁이는, 이미 브런치나 동네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방학이라고 이불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것만 빼면 나에게는 둘도 없는 좋은 친구다.
이 친구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인데, 바로 과묵하다는 점과 경청을 잘한다는 점이다.
가족 중 가장 손이 덜 간다.
삼봉이가 떠나고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누렁이’.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을 너라서 더 좋아!)
목욕은 힘드네.
새 어머니와의 인연 : <까치>
창문이 닳도록 자주 오면서 매번 내외하는 녀석,
집안을 집요하게 보다가도 막상 눈이 마주치면 못 본 척하는 낯가림이 심한 이 친구,
바로 내 친구 까치다.
날이 추워지면서 점점 먹이 구하기가 어려운지 땅콩을 놓기가 무섭게 날아와 물어간다.
마치 어디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예전 집처럼 오래된 나무가 없고 층고가 높은 편이라 다른 토종새들은 가까이서 볼 수 없지만 종종 단지 내 나무에서 다양한 새들을 보면 반갑다.
사람만이 친구는 아니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곁을 내어주는 존재들이 있다.
모든 인연은 삶의 <관계>에서 시작되며, 그들은 나의 세계를 조용히 지탱해 주는 특별한 친구들이다.
내가 이 모두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이 세계를 함께 이루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by. 예쁨
*메인사진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