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소
<꿈>
그곳은,
하루 종일 햇살이 머무는 곳이었어.
어둠 같은 건 없는 곳,
응달 같은 건 없는 곳,
차가운 바람 같은 건 없는 곳 말이야.
창밖으로 새 무리가 날아갔어.
내가 물었지.
“저 새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너는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어주었어.
그때였어,
앞장서던 새 한 마리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거야.
나머지 새들도 줄줄이 따라 들어왔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장소인 것처럼
새들은 그저
잠시 쉬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이곳은 너무나 따뜻했거든.
걱정도 없고,
근심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어깨 위로 앉았어.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고,
작은 새는 그만 잠이 들었지 뭐야.
햇살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우리는 새들과 함께 쉬었어.
날아가야 할 이유도,
떠나야 할 이유도 없는 오후였지.
그렇게 우리는,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던 거야.
깨고 싶지 않은
꿈 안에서
by. 예쁨
* 호접지몽(胡蝶之夢) : 장자의 나비꿈 설화
어느 날 장자(莊子)는 꿈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는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 자신이 장자인지 조차 잊어버렸다.
하지만 깨어보니 자신은 장자였고, 스스로 강한 의문에 사로잡히고 만다.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는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인가?
꿈이었다.
선명하고 따뜻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기분 좋은 꿈.
보드라운 깃털의 감촉과 따스한 체온이 손길에 남은 듯 생생했고,
살면서 보지 못한 충만한 햇살이 내내 가슴에 머물렀다.
최근 잠을 설치는 밤이 많았던 나는,
이 기분 좋은 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시로 남기기로 한다.
(복권은 종류별로 샀다.)
비록 복권은 모두 낙첨이었지만,
꿈은 당첨된 느낌이랄까.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아무래도 좋다.
틀림없이 구분지어야 할 만한 이유도 없다.
이대로 행복한 여운을 느끼고 즐기면 된다.
어쩌면 꿈과 현실은,
하나의 숨으로 이어져 있을 뿐.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지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상처까지도 껴안고 살아간다.
시간은 결국 모든 생을 끝으로 데려간다.
그 끝에는 견딜 수 없는 공허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사랑은 그 너머로 이어진다.
- 널 보낼 용기, 송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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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