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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쁨 Aug 26. 2024

서울, 아름다운 그곳(9)

흥인지문 공원


흥인지문 공원


우리나라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 앞에 작은 근린공원이 있다. 마치 메마른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공원입구에서부터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화동 벽화마을이 보이고, 이 길은 혜화동까지 연결되어 있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고, 갈대숲이 조성되기도 하니 오르막이지만 그 길이 전혀 힘들지 않을 만큼 경치가 훌륭하다. 빼곡한 건물들로 가득 찬 서울시내 모습도 성곽 위에서 보면 오밀조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야경은 말해 무엇하랴.

과연 서울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불릴만하다.


우리 선조들은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에 오면 도성 한 바퀴를 돌면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그 옛날 머나먼 한양길에 올라 오직 과거급제를 위해 보따리 하나 들쳐 매고 걷고 걸으며 소원을 빌었을 간절함. 성곽길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소원을 중얼거려 본다. 바라는 바도 반복해서 생각하고 입으로 뱉으면 간절함이 소리가 되어 다시 내 귀로 들어오고 결국 다짐으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네모난 구멍은 기꺼이 액자가 되어 주변 풍경을 반듯한 시선으로 담아준다.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구멍마다 얼굴을 들이밀고 바라보기를 여러 번.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또 있을까 싶다. 성곽길을 걷다 보니 건물만큼이나 뾰족했던 마음이 누그러지고 메마른 감정에도 꽃이 피어났다. 걷기만 했을 뿐인데 길에게 위로를 받는다. 

 


아기자기한 이화동 벽화마을. 지붕도 마당도 집 앞에 놓인 화분 하나까지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니 사진을 찍을 때도 조심스러웠지만 혹여나 소음이 커질까 대화하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늘 생각하게 되지만 핫플 주민들은 괴롭다.

북촌 한옥마을, 익선동, 용리단길 등 유명세를 치르는 마을마다 소음과 쓰레기, 불법주차 등 수많은 불편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우리나라뿐일까, 유명한 해외 관광지는 관광객들에게 도시 입장료를 받고 일부 세금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는데 나는 이런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꾸는 일은 많은 시간과 공을 필요로 하지만 훼손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오래오래 보고 싶다면 그만큼 올바른 매너와 약속이 필요할 것이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 이루고 싶은 소원을 이룬 듯 가벼운 마음이 되고,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소박한 마을의 정취를 느낀다.

담장 아래 노란 해바라기가 나의 노곤한 마음을 알아주듯 밝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



by. 예쁨





아무것도 헛된 것이 없었고, 모든 것이 합쳐지고 용해되어 하나의 광대한 경험이 되었다.

이제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은 내 경험 안에 축적되어 있다. 

또다시 그 전부를 응용할 수 있게 되었고, 삶 전체를 다시 한번 살게 되는 것 같았다. 

나의 사무실에서- 무질서한 면이 너무 많아 그곳이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 공간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삶이었다.


- 평범한 인생 / 카렐 차페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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