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Seek: 중국의 AI 혁신과 지정학적 의미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AI 업계에 충격적인 뉴스가 터져 나왔다.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강력한 AI 모델 DeepSeek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주가가 5,000억 달러 이상 하락하는 등 DeepSeek의 등장은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2023년에 설립된 중국 스타트업이 불과 600만 달러의 비용으로 GPT-4 수준의 성능을 가진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시장을 뒤흔든 것이다.
그러나 주목을 받는 동시에 미국 AI 기술에는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의 기술을 베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구적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볼 때 간과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중국은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하면서 시진핑의 3 연임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경제는 심각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2010년대 10%를 상회하던 성장률은 현재 5.2% 수준으로 급감했고,
헝다(恒大)와 비구이위안(碧桂园)의 디폴트 선언
청년 실업률 20%
과잉 생산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
등의 문제들이 중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과 동시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2025년 2월 10일에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서 중국 경제는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난국 속에서 DeepSeek 발표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정치적 의미를 가진 전략적 이벤트로 해석될 수 있다. DeepSeek 발표일,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물론, 중국판 틱톡 ‘더우인(抖音)’ 등에서도 AI 기술 굴기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발전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는 공자의 대동사회(大同社会)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집단주의적 사회 구조의 핵심 요소로 작용해 왔다. 개개인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이 극심할 정도로 중국의 실물 경제가 엉망이지만, 국가의 기술 굴기가 빛을 발하고 있음을 선전하므로 현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철학적 배경 아래,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급격한 수출 증가와 경제 성장을 경험하며, 장대한 기술 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Nature Index에서 상위 10개 연구 대학 중 7개가 중국 대학으로 채워졌고, 미국 대학 중에는 하버드만이 10위권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MIT, 스탠퍼드조차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DeepSeek의 발표는 단순한 AI 모델의 등장을 넘어, 중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하는 전략적 이벤트로 비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 국민들에게 국가의 기술 굴기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며 기여하고 있다는 중국 내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
2024년 미국 대선이 한창 진행될 무렵, 환율은 7.01 위안/달러(2024년 9월 27일 기준) 수준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점차 상승하여, 취임 전 주 최고 7.33 위안/달러(2025년 1월 15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흥미로운 점은 DeepSeek 발표 직후 환율이 7.17 위안/달러(2025년 1월 29일 기준)까지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AI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중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관심을 유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2015년 중국 인민은행(PBoC)은 위안화 시장 자유화를 시도하며 홍콩 외환시장에서 국채 매입을 통한 적극 개입으로 위안화 방어에 나선 적이 있다.
이번에도 DeepSeek 발표와 같은 대형 기술 이벤트가 외국 자본 유입을 촉진하고, 환율 방어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기술 혁신을 정치적·경제적 무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DeepSeek은 단순한 AI 모델 공개를 넘어, 중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위기, 실업률 증가, 미국 관세 압박 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DeepSeek 발표는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국가적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전략적 이벤트로 활용되었다.
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과 격차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환율 시장에서도 DeepSeek 발표 이후 위안화 가치가 반등하는 등, 기술 혁신이 경제 및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DeepSeek은 중국 AI의 혁신이자, 지정학적 의미를 담은 도구다. 향후 AI 패권 경쟁이 미·중 무역 전쟁의 또 다른 핵심 전선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AI 기술 굴기가 글로벌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