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이야기.
서구 언론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원인을 부동산 위기와 내수 소비 감소로 꼽으며, 중국 주요 도시의 공동화 현상과 상가 공실률 증가를 지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더 이상 중국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쇼핑하지 않는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온라인 판매액은 전체 소비의 24.2%를 차지했다. 또한 2023년 12월 기준 중국의 온라인 쇼핑 이용자 수는 9억 명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83.8%에 해당하는 수치로 온라인 쇼핑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꽤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 거래 매출액은 14조 위안(약 2,80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조 2,000억 달러로, 이는 미국의 3배에 달한다.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는 징동닷컴(JD.com), 알리바바(Alibaba), 핀둬둬(Pinduoduo) 등이 있으며, 이들의 최근 5년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41.0%에 달한다.
2024년 1분기 기준,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테무(Temu),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쉬인(Shein)의 전 세계 월평균 순 방문자 수는 각각 1억 8,500만 명, 1억 6,400만 명, 8,00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세 플랫폼의 총 방문자 수는 4억 2,900만 명으로, 아마존(Amazon)의 4억 2,800만 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자 상거래의 활성화는 내수 소비 감소와 부동산 시장의 침제로 야기된 디플레이션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주는 중국 공산당이기술 굴기와 함께 주도적으로 지원하는 산업이다. 2013년 시작된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의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확대하여 내수침체와 부동산 위기로 초래된 중국 내 과잉생산의 탈출구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전략으로서도 중국의 전자상거래 육성은 공산당 핵심 육성 산업이기도 한 것이다.
하루는 우리 집 뒷마당 수영장에 umbrella를 설치하려고 Costco에 가봤는데, 가격이 무려 1000-1500불로 상당히 비쌌다. 그러고 나서 우연한 기회에 둘째 아들 친구인 홍콩에서 온 가족이 우리를 초대해서 방문했는데 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umbrella가 있었다.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150불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 시장을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테무에서 구매한 제품이다. 또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쉬인(Shein)은 2023년 10월 기준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이 40%를 육박한다.
그렇다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쉐인(Shein)은 어떻게 다른 회사와는 비교불가한 초저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일까?
1. 강력한 제조업 기반 (Factory-to-Consumer, F2C)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로 미국이 패닉에 빠져있을 무렵, 3개월 후인 12월 11일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이를 계기로 사회주의로 닫혔던 거대한 중국시장은 열렸고, 미국을 비롯한 경제 대국들이 앞다투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이른바 오프쇼어링이 진행됐고 이것은 지금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의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을 만들었다. 이러한 강력한 제조업 기반으로 중간 유통업자를 배제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 시스템 (F2C)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유통업자(Distributor)와 소매업체(Retailer)가 개입되면서 가격이 상승하지만,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를 생략하여 원가 절감, 낮은 인건비와 생산비용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현재 중국 내 광둥(Guangdong), 저장(Zhejiang), 푸젠(Fujian) 지역의 공장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고, 또한 원자재 조달 비용이 낮추고, 기술적인 자동화가 도입하여 전반적인 제조비용 절감해 왔다.
2. 초저가 공급망 & 물류 최적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물류 혁신을 통해 글로벌 배송 비용을 최소화했다. 차이냐오(Cainiao, 알리바바 계열 물류 네트워크), JD 물류(JD Logistics), 쉬인의 자체 물류망 등을 활용하여 국제 배송비를 절감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 지원 정책으로 국제 우편 요금 보조금(ePacket 서비스)을 적용받아 해외 배송비를 낮추고 있다. 테무(Temu)와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는 주문이 들어오면 공장에서 바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창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쉐인은 생산과 동시에 글로벌 물류망을 가동해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이제 중국의 저가 상품전략은 단순히 낮은 노동임금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전자 상거래 육성을 위한 사회의 총체적인 시스템 구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3.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용 절감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83%가 비즈니스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5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DeepSeek를 앞세우며 미국에 이어 AI를 주도하는 중국의 기업들은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 비용을 줄이며,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83%가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5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쉐인(Shein)은 AI를 활용하여 트렌드를 분석하고 소량 생산 후 수요가 확인되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성장은 단순히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결과가 아니다.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며 글로벌 전자상거래 혁신을 이끌고 있다. 현재 속도를 고려할 때, 반세기 안에 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2/3는 중국 기업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성장과 혁신을 단순한 경제 위기론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소비 패턴과 기술 발전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제 세계 시장은 중국 전자상거래의 공세를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