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명목 GDP가 뭐길래, 1등이 두 명일까?

by Dr Sam

며칠 전이었다. 매 강의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귀 기울이던 인도계 독일 학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교수님, 어제 경제 기사를 하나 읽었는데 보여드릴 게 있어요.”
그가 내민 것은 세계 각국의 GDP 순위를 다룬 기사였다.

눈에 띄는 제목은 이랬다. “인도,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
헌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기준은 ‘명목 GDP’였다.

나도 그 기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사실 요즘 ‘명목 GDP’ 순위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


명목 GD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은 단연 미국이다.
하지만 기준을 실질 GDP로 바꾸면 1위는 중국이 된다.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명목 GDP vs 실질 GDP, 뭐가 다를까?


명목 GDP는 한 해 동안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수량에 시장 가격을 곱해서 계산한다.
그러니까, 물가가 오르면 GDP도 덩달아 커진다. 실제로 생산량은 그대로인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분이 경제 성장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실질 GDP다.
이는 각국의 화폐 가치와 물가 수준을 고려한 구매력 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방식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면,
같은 0.5리터 생수 한 병이

중국에서는 500원

한국에서는 1,200원

미국에서는 3,500원이라면,
이 물가 차이를 반영해 실제 구매력을 따져보는 것이 실질 GDP다.

다시 말해, 실질 GDP는 “그 나라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살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국가 간 경제 규모를 공정하게 비교하거나 비교경제 연구를 할 때는 이 실질 GDP가 훨씬 더 유용하다.


요즘 서방 언론을 보면, 명목 GDP 순위를 앞세워 “미국이 여전히 1위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실질 GDP로 계산하면 중국이 세계 1위 경제규모이다.
기준이 바뀌면 결과도 바뀌는 셈이다.

이 장면을 보면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개수로 국가 순위를 매길 것이냐, 총 메달 수로 볼 것이냐를 두고 벌이는 논쟁 같다.
기준이 뭐냐에 따라 1등이 바뀌니, 각자 유리한 숫자를 들고 나와 주장하는 셈이다.


정보의 시대, 해석력도 자라야 한다.


윈도우 OS로 PC 시대를 연 빌 게이츠, 스마트폰의 문을 연 스티브 잡스, 그리고 지금은 샘 올트먼이 이끄는 OpenAI가 생성형 AI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쏟아지는 정보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기준 삼아 받아들일 것인가는 여전히 각자의 몫이다.


정보는 넘치지만,
해석력은 성장하고 있는가?
그 물음 앞에, 우리는 지금 어떤 답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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