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와 오징어게임, 그리고 한류의 씁쓸한 아이러니
오늘 독일 뮌헨에서 문득 나의 마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장면이 있다. 낯익은 캐릭터가 독일에 있는 KFC 매장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메뉴판에 ‘Korean Chicken’이라는 이름과 함께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캐릭터였다.
부다페스트로 이동 전 짬을 내어 허기진 배를 채우러 들어간 미국계 패스트푸드점에서, ‘한류’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 한국의 양념 닭강정 맛의 “Korean chicken” 메뉴를 보며 묘한 감정이 스쳐갔다.
한류, 분명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다. 김치, K-팝, K-드라마, 심지어 K-뷰티까지. 이제 ‘K’라는 글자가 붙기만 해도 세계는 주목한다. 하지만 그 한류의 찬란한 빛 뒤에 있는 그림자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오징어게임은 명백히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이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생존의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하지만 그것이 세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의 자본, 바로 넷플릭스의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드라마가 대박을 터뜨리자 KFC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재빠르게 ‘Korean’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거대한 자본은 한류를 포장했고, 마케팅했으며, 수익화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한류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한국의 정서와 콘텐츠가 핵심이지만, 그것을 세계화하고 ‘비즈니스’로 만든 주체는 외국 기업들이다. 한류라는 문화적 자산을 우리가 먼저 브랜드화하지 못한 사이, 글로벌 자본은 더 빠르고 영리하게 움직였다. 한국의 문화를 소비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로 인해 실제 돈을 버는 주체는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맥도널드, KFC 같은 외국계 플랫폼과 기업들이다.
이는 단지 문화산업의 구조 문제를 넘어서, 글로벌 경제 속에서 작은 나라가 얼마나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콘텐츠는 한국의 것이지만, 플랫폼은 미국의 것이고, 시장은 세계의 것이다. 즉, 한류는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즐기고, 외국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물론 한류의 세계화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만든 문화가 세계에 통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류를 둘러싼 이 글로벌 시장 속에서, 한국은 단순한 창작자의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속 가능한 문화 주권은 가능한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다시 뮌헨 거리로 돌아오자. 현지 사람들은 ‘Korean Chicken’을 맛있게 먹으며, 오징어게임의 삼각형 로고를 보며 “이게 요즘한국 스타일이지?”라고 웃는다. 그들이 진짜 한국을 이해하느냐와는 별개로, 한류는 그들에게 ‘트렌디한 상품’이 되었다. 독일학생들이 나에게 한국의 교환 학생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문의했을 땐, 정말이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한국이, 한국 문화가 참 자랑스러웠다.
문화는 국경을 넘어설 때 더 큰 힘을 갖는다. 하지만 그 문화의 이름으로 누가 가치를 만들고,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한류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권을 가진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