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중국 항공사를 타는가 – 하늘 아래 펼쳐진 항공 지형의 변화
오늘 부다페스트에서 Air China라는 중국항공편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왔다. 편도 가격은 $300-400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게 싸다. 이렇듯 내가 미국에서 아시아로, 혹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할 때 자주 선택하는 항공사는 중국 국적 항공사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도 아니고, 서비스가 탁월해서도 아니다. 중국 항공사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러시아 영공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 때문이다. 그로 인해 비행시간은 더 짧아지고, 항공료는 더욱 저렴해진다. 오늘날 하늘길에서 벌어지는 이 복잡한 지정학적 현실을 알게 된 이후, 나는 티켓을 고를 때마다 이 숨겨진 경로 전쟁을 떠올리게 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항공 노선의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서방국들은 즉각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시켰고, 러시아 역시 그에 맞서 이들 국가의 항공사들이 자국 영공을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서 항공 산업의 근본적인 운항 전략을 바꾸는 트리거가 되었다.
그 직후,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 United Airlines는 뉴욕에서 도쿄로 향하는 노선을 기존의 시베리아 경로 대신, 북극권을 따라 알래스카 북쪽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단지 1~2시간 길어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늘어난 비행시간만큼 항공유는 더 많이 소모되고, 승무원 교대 일정도 복잡해졌으며, 기체 가동률까지 떨어졌다. 결국일부 미국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된 아시아 노선을 아예 중단하거나, 경유 노선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 와중에도 중국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을 아무 제약 없이 통과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항공 편들은 시베리아 상공을 통과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짧은 거리는 항공사의 운영비를 줄이고, 탑승객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도착 시간을 제공한다. 중국 항공사의 경쟁력이 단순한 서비스 품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영공’이라는 하늘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세상은 마치 온통 보이지 않는 전쟁 투성이이고, 그로 야기되는 물가상승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러시아 영공은 단지 하늘의 통로가 아니다. 지구 북반구에서 유럽과 아시아, 북미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유일무이한 전략 항로다. 만약 지도를 펴고 대권항로(Great Circle Route)를 따라 유럽에서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는 경로를 그려본다면, 그 선은 거의 언제나 시베리아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항공사들은 인도양남쪽으로, 또는 북극권 너머로 돌아가야 하고, 그때부터 ‘하늘길의 경제학’은 무너진다.
물론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들이다.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브리티시에어웨이즈, 그리고 유나이티드 같은 항공사들은 비효율적인 우회 경로로 인해 비용은 치솟고 경쟁력은 떨어졌다. 항공료는 오르고, 탑승률은 줄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가격뿐만이 아니다. 지구의 북반구를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영공을 지나도, 북한 영공을 지나도 안전할 거 같은, 실수로라도 격추하지 않을 거 같은 비행기는 결국 중국의 비행기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 것도 무시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항공권을 예매할 때, 중국 항공사가 보여주는 ‘비정치적 효율성’에 다시 눈길이 간다. 7월에 다시 독일로 돌아갈 때 역시 중국동방항공사를 통해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이것은 단지 한 항공사의 선택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균열 속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반영이다. 하늘길도 결국, 지상 위의 정치와 분리될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