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흥미를 부르는 영어 문장들로 영어의 본색을 드러내기
영화 <영웅본색>을 ‘우연치 않게’ 다시 보다가 ‘맞아, 저기서 저랬었지’ 하는 장면들과 대사들이 생각보다 많았음을 새삼 느꼈다. ‘뜻밖의 재미나 기쁨’을 영어에서는 serendipity라고 하는데 대개는 이렇게 ‘우연치 않은’ 경험에서 온다. ‘우연은 아니지만 의도한 것도 아닌’ 뜻을 가진 이 우연치 않다는 말을 그래서 좋아한다. 더불어 ‘문득,’ ‘어쩌다,’ ‘뜻밖에’와 같은 단어들까지 덩달아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영어공부도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어공부를 ‘우연히’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다부진 각오와 결의로 임할 텐데 그러면서 개개인의 ‘본색’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들 가운데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갈수록 지쳐가는 분들에게 serendipity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영어뿐 아니라 뭐든 그 배움이 오래가려면 재미나 흥미를 느껴야 한다. 물론 재미나 흥미를 위해서면 유튜브만 켜도 그만이지만, 오롯이 글맛이 주는 재미나 흥미를 믿는 1인으로서 부족한 깜냥임을 잘 알지만 그래서 부담 없이 편하게 영어의 본색 탐방에 나서본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3년 7월 중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목숨을 달리 한 분들과 실종된 분들, 그 밖에 크고 작은 피해들로 무거운 마음이지만 조심스럽게라도 휴가 계획을 세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한편 ‘어딜 가도 집만 한 곳은 없다’는 믿음을 굳게 실천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영어에서도 그대로 There is no place like home. 과 같은 속담이 있다. 하지만 명색이 영문본색이랍시고 거창하게 시작을 한 만큼 이걸 좀 뭔가 더 영어스럽게 쓰고자 한다면? East or west, home is best. 와 같은 표현이 있다.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면 이렇게 east, west, best처럼 운(rhyme)을 맞추어 쓰면 훨씬 영어의 본색에 가까운 표현이 된다. 문법 공부 좀 하신 분들이라면 best 앞에 the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최상급이니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안 써도 된다. 기회나 여건이 된다면 영문법에서 이렇게 껄쩍찌근한 것들만 별도로 정리해 다룰 생각도 있는데, 그래서도 영문본색에서는 문법적인 부분들은 일단 최대한 거를 생각이다.
He is all bark and no bite. 는 무슨 의미일까. 우선 여기서 bark와 bite처럼 첫소리가 비슷하거나 같은 단어들로 구성하는 것을 두운법(alliteration)이라고 하는데 이걸 잘 쓰면 상당히 영어스러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디즈니의 상징인 Mickey Mouse와 Minni Mouse를 비롯해 Donald Duck과 Daisy Duck이 짝을 이루는 것에서부터 Peter Pan도 자기 빼놓지 말라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 이런 캐릭터들 외에도 예를 들자면 어마무시하게 많은 고로 기회가 될 때마다 앞으로 언급하는 것으로 하고, 이 문장은 ‘그는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나쁘지 않은 사람이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서 he가 사람이 아니라 이를테면 댕댕이라면 매번 짖기만 요란스럽지 정작 물지는 않는다는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도 쓸 수 있다.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쉽지 않은 의미까지 전달하는 것 또한 영어의 본색이다! 물론 이런 정도의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그만큼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실수나 잘못이 두려워 주저하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걸 쫌 세게 말하면 He is lifeless that is faultless. 와 같이 쓸 수 있다. 잘못한 게 없다면 살아있는 것도 아니라는 직역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전달이 될 테지만 이쯤 되면 왜 lifeless와 faultless라는 단어를 부러 썼는지도 눈치를 챌 것이다. 같은 의미로 이번에는 alliteration을 살려서 쓰고 싶다면 He who makes no mistakes makes nothing. 과 같이 쓸 수도 있다. 이러면 또 문법적으로 걸리는 부분을 발견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he와 같은 인칭대명사는 who와 같은 관계대명사로 수식이 불가능하지 않느냐와 같은. 이번에도 일단은 충분히 저렇게 쓸 수 있다는 말로 넘어가고 이런 부분들만 그러모아 가칭 ‘그러모아 grammar’와 같은 꼭지로 다룰 예정이다. (처음에는 언급한 바와 같이 그럴 생각만 있었는데 진지하게 다루면 이 또한 영문본색을 잘 드러낼 수 있겠다 싶다.)
‘그는 말은 저래도 속은 다르다’는 말에 연이어 ‘그는 생긴 건 좀 그래도 돈이 많아’와 같은 말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He is short on looks, long on cash. 와 같이 쓸 수 있다. 우리말도 ‘생긴 건 좀 부족하다’는 식으로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다만 그것과 짝을 이루면서 대구로 어울리는 long on이라는 표현을 같이 썼다. 눈치 빠른 분들은 look과 long이 두운까지 이루는 걸 알아챘을 것이고 이렇게 짧은 문장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영어실력을 드러낼 수가 있다.
끝으로 영어스러운 영어를 구사하려면 한국어와의 일대일 대응은 지양하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 이건 번역본색이라는 제목으로 번역과 관련해 별도의 꼭지글에서도 또한 다룰 예정이지만 간략히 언급하자면 ‘간단명료’라는 우리말은 영어로 simple and plain 정도로 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plain and simple이라고 쓴다. 사실 plain and simple은 그런 의미보다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와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원근’은 near and far, ‘빈부’는 rich and poor, ‘앞뒤’는 back and forth, ‘신사숙녀’는 ladies and gentlemen이다. 보다시피 우리랑은 반대의 사고방식으로 쓰는데 ‘자나 깨나’도 waking and sleeping이라고 쓴다. ‘꿈 깨!’라는 말조차 영어는 ‘꿈이나 계속 꿔라’는 의미로 Dream on! 과 같이 쓰는 걸 보면 영어는 그럼 우리말과 아예 반대로 바꾸어 쓰면 되나 싶지만 예상하다시피 꼭 그렇지는 않다. 놀라울 정도로 한국어의 사고방식과 비슷한 단어나 표현들도 얼마든지 많으며 언어란 본디 그런 것이기도 하다. 가수 양희은 씨의 어록과도 같은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와 같은 융통성과 열린 태도가 영어 학습에는 꼭 필요하고 이건 다른 외국어 학습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아무쪼록 ‘우연치 않게’ 이 글을 보고 있을 여러분이 영문본색과 함께 앞으로도 우연치 않은 영문 탐방으로 영어의 본색을 함께 맛보며 serendipity를 느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