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The and

“이대로 끝나도 좋아”

by 하운

우리에게 ‘끝’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가진다. 어려서부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향해왔고, 한편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가치관이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받아 왔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시작점을 거쳐 결승선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간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며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차례의 ‘끝’을 맺게 된다. ‘끝’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은 너무나도 지대해서 우리의 삶과 ‘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실제로 잠을 잘 때 꾸는 꿈은 주로 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았다. 졸업하는 꿈, 전역하는 꿈, 이직하는 꿈이 내 꿈의 단골 소재이다. 이러한 꿈들을 꾸다가 잠에서 깰 때 기분이 상당히 묘하다. 좋을 때도 있고, 아쉬울 때도 있고, 왜 이런 꿈을 또 꾸는 건가 예민해질 때도 있다. 그때의 경험들이 내 인생에서 임팩트가 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끝은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여러분들은 최근 어떤 ‘끝’을 마주하였는가? 누군가는 회사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끝마쳤을 테고, 누군가는 연인과 이별하며 인연을 끝냈을 것이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속 썩인 골치 아픈 고민을 끝냈을 수 있다. 그때의 기분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는 최근에 삼십여 년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끝을 보았다. 재작년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회사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자로서 추진하였고, 야근과 새벽 출퇴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고난의 시간을 견딘 끝에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밤12시에 퇴근할 때, 또는 새벽2시에 출근할 때 밤거리는 무척이나 고요하고, 외로웠다. 내가 하루의 끝을 닫고 내가 하루의 시작을 연다는 우쭐한 기분도 들었지만, 내가 이렇게 까지 열심히 살아야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지점이 시상 순위권에 들어서 내 몫은 충분히 했다는 안도감으로 끝맺을 수 있었다. 업무 경험치를 많이 쌓으며 성장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끝’이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고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홀가분한 끝이든 후회스러운 끝이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인연이 아닌 사람과 이별을 해야 진짜 인연을 만날 수 있고, 용기 있는 끝맺음을 통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끝났다’의 결과가 어떻든 부정적인 감정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끝은 필연적인 과정이며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끝’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인을 자책하느라 새로운 시작이 다가왔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우리네 인생의 수많은 ‘끝’은 우리를 만들어 준다. 내 인생의 ‘점’들은 서로 관련 없을 것 같지만, 운명과도 같이 연결되어 ‘선’이 되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운명론적 관점을 조금씩 믿게 되었고, 겸허히 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지 이왕 시작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잘’하는 게 내 삶의 모토인 완벽주의자였지만, 잘하지 못하고 끝냈을 때의 나를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오히려 좋아, 이대로 끝나도 좋다는 마인드 셋을 견지하기로 했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이다. 끝남을 통해 배울 점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봐라! 다음 시작이 저기 오고 있지 않나. 지금의 삶이 너무 힘들다면,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고 곧 여명은 우리를 향해 웃음 지으며 다가올 것이다.




나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The end, The and.



왠지 모르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명곡인 god의 ‘길’이 생각나는 밤이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여러분은 최근 어떤 끝을 했고, 그로 인해 어떤 시작을 하게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