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다양한 공원들
런던에는 정말 많은 공원들이 있다. 대표적인 공원은 하이드 파크(Hyde Park)나 더 리젠츠 파크(The Regent's Park) 및 그 뒤에 있는 프림로즈 힐(Primrose Hill), 조금 더 많이 아는 사람은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Queen Elizabeth Olympic Park) 정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단기 관광객으로서 방문할 수 있는 공원들은 앞에 말했던 두 개의 공원인 하이드 파크, 더 리젠츠 파크 정도일 것이다. 나는 교환학생으로서 다섯 달 동안 런던에 있었기 때문에 그 외에도 있는 다양한 공원에 방문해 볼 수 있었다. 가보지 못한 공원들이 많아 아쉬움이 나올 정도로 런던에는 공원이 많기 때문에, 런던에 여러 번 방문해 봤거나 장기 체류하실 분들은 런던 이곳저곳에 있는 공원들을 찾아 나서는 취미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다녔던 학교인 퀸메리는 동런던의 마일 엔드(Mile End) 지역에 있는 학교로 근처에 있는 큰 공원은 마일 엔드 파크(Mile End Park), 빅토리아 파크(Victoria Park) 정도가 있다. 마일 엔드 파크는 우리 학교 캠퍼스를 기준으로 리젠츠 캐널(Regents Canal)의 건너편에 있는 공원이었는데, 정작 직접 방문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학교에서 사는 거위들이 인상적이었다. 빅토리아 파크는 런던 패션 주간(London Fashion Week) 때 손흥민 선수가 버버리(Burberry) 앰배서더 자격으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본 적이 있었다. 정작 공원은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구글 지도로 보니 굉장히 크고 좋은 공원이었다. 나중에 런던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못 가본 런던의 구석구석을 방문하며 마일 엔드 파크와 빅토리아 파크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유명한 공원은 앞서 말했던 하이드 파크이다. 하이드 파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도심(City of Westminster)에 있는 공원으로 아주아주 큰 공원이다. 공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차도가 있을 정도이니 그것으로 설명을 갈음하도록 하겠다. 영국의 여러 공원이 그렇듯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작은 공원보다는 사람이 많은 큰 공원을 선호해서 수업이 없는 수요일 혹은 수업이 일찍 끝나는 목요일이면 지하철을 타고 20여 분 동안 이동해서 하이드 파크를 방문하곤 했다. 지하철 환승을 위해 홀본(Holborn) 역에서 수많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렇게 하이드 파크 코너(Hyde Park Corner) 역으로 가서 공원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면 마블 아치(Marble Arch) 역으로 가기도 했고 말이다. 하이드 파크는 기본적으로 아주 잘 사는 동네인 나이트브리지(Knightsbridge) 지역에 있고 런던 지하철 1 구역(Zone 1)에 있는 만큼 주변 여행 스폿으로의 이동도 쉬운 편이다. 반나절 정도 쉬면서 관광하는 날을 가지고 싶을 때면 아침에 하이드 파크를 산책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다음은 더 리젠츠 파크와 프림로즈 힐이다. 여기는 딱 한 번 가봤는데, 왜 진작에 많이 오지 않았을까 후회가 많이 되곤 한다. 프림로즈 힐에 오르면 런던의 이곳저곳을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정상에 있는 안내도를 참고하면 뭐가 뭔지를 잘 알 수 있다. 런던 동쪽에 있는 세인트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부터 남쪽 멀리 있는 크리스털 팰리스(Crystal Palace)에 있는 무언가 등이 보인다고 하는데, 가까이 있는 건 잘 보이고 멀리 있는 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런던 시내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았다.
위에 올린 사진들에서 알 수 있듯 날씨가 좋은 날이면 런던 시민들은 공원으로 뛰쳐나가서 일광욕을 즐기곤 한다. 돗자리도 안 챙기고 풀숲에 벌렁 드러눕는 사람들도 많아서 나도 그들을 따라 해보았다. 신기한 것은 잔디가 굉장히 잘 관리되어 있고, 흙이 건조한 편이라 드러누워도 옷이 젖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런던에 있는 다섯 달 동안 해가 화창하게 뜬 날을 경험한 것은 한 달 남짓이었는데, 계절성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이 이해가 될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도 해가 화창하게 뜬 날이면 공부하던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근처의 공원이나 학교 공원으로 나가서 햇빛을 받곤 했다.
런던 외곽에 있는 독특한 공원들이 몇 개 있는데, 남서부에 위치한 왕립 큐 가든(Royal Botanic Gardens, Kew)과 리치먼드 파크(Richmond Park) 정도가 생각난다. 나는 큐 가든은 가보지 못했고 리치먼드 파크만 가보았는데, 둘 다 런던 도심에 있는 보통의 공원들과는 약간 다른 공원이다. 전자는 공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식물원에 가깝고, 후자는 공원이긴 공원이나 사슴이 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 공원은 런던의 외곽에(2 구역 바깥이면 사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다 외곽이라고 느껴질 만하다)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만으로 방문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리치먼드 파크를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한 뒤, 꼬박 20분을 걸었다. 주말에 갑작스럽게 버스 노선이 변경되기라도 한다면 버스를 내리고 다시 타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리치먼드 파크는 그 거대한 하이드 파크의 몇 배가 되는 규모이다. 그래서 하루 만에 다 둘러본다는 것은 무리이고, 현실적으로 공원의 부분 부분만을 조금씩 둘러보는 것만이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사슴들이 말 그대로 '방목'되고 있다는 점인데, 공원 안내판이 사슴에게 50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사슴을 만질 수도 있다. 공원 관리인도 따로 없고 말이다. 하지만 경고문에는 이유가 있고 당연히 따라야 하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공원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온 만큼 근처에 있는 마트(ASDA Superstore라는 마트가 있다)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서 간단한 피크닉도 했었다. 사슴을 실제로 보니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K양(학교 선배이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더 쓰면 글이 지루해질 것 같아서 마지막 공원 소개와 함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바로 해크니(Hackney)에 있는 런던 필즈(London Fields)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공원들 중 가장 마이너하고 작은 공원이지만, 나에게는 야간 공원 피크닉이라는 재미있는 추억을 함께했던 장소로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공간이다. 런던 필즈에 가게 된 이유는, 그날 런던에서 오로라가 보인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기 바로 전 주,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다녀왔지만 백야 현상 때문에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한 미련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런던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친구들을 꼬드겨서 같이 공원으로 향했다. 런던 필즈는 토트넘 핫스퍼 스태디움(Tottenham Hotspur Stadium)에서 손흥민 선수가 나오는 경기가 있을 때 지상철(London Overground)로 지나가는 곳이었는데, 그런 공간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서 방문한다는 것이 또 재미있게 느껴졌다. 뭐 그렇게 공원을 방문하긴 했는데... 애석하게도 오로라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화천에서 군복무 중이던 내 친구가 오로라를 봤다는 사실.. ㅎㅎ
퀸메리에서 만난 한국인 P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한밤중의 런던은 꽤나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유일한 남자였던 내가 친구들을 잘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는 그때 놀러 갔던 모두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뛰어놀기만 했었다. 운이 좋아서 사고가 안 난 것이겠구나 하고 감사함을 느끼려고 한다.
서울에도 런던에 필적할 만한 좋은 공원들이 정말 많다. 특히 서울은 남산, 관악산 등 산이 어우러진 도시이기 때문에 그 특징을 잘 살린 좋은 국립공원을 자랑스럽게 내세워도 좋다. 한강변을 따라 있는 한강 공원들도 정말 멋있다. 한편 도심 속에 공원과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런던 공원들의 장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서울 도심 어딘가의 한복판에도 공원이 크게 있었으면 한다. 이를테면 여의도 공원처럼 말이다. 각설하고, 다음에 런던을 방문할 기회가 온다면 가보지 못했던 공원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26/12/2024, Written by John 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