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gic]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표현의 자유

01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외치는 '유대인 학살' 발언은 허용되는가?

by 삐얏

01. 줄줄이 해임되는 아이비 리그 대학 총장들

작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군사 충돌이 공식화되었다. 오랜 기간 분쟁 관계에 있었던 만큼 이스라엘의 잔인한 대응은 미국 캠퍼스를 반(反) 유대주의로 물들게 하였고, 미국 명문대학교 총장들이 줄줄이 해임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작년 12월 5일, 연방 하원 교육 노동위원회가 주최한 반유대주의 청문회에는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엘리자베스 매길, 하버드대 총장 클로딘 게이, MIT 총장 샐리 콘블러스가 증인으로 참석하였다.1) 뉴욕주 공화당 하원의원 엘리스 스테파닉은 매길 총장에게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 캠퍼스 내 학생들의 처벌 여부에 대해 질문하였고, 매길 총장은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기부자들은 기부를 철회하고, 동문들은 그녀의 리더십과 대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청문회 4일 만에 매길 총장은 공식 사과문과 함께 사임, 올해 1월에는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6월에는 마사 폴락 코넬대 총장이2), 그리고 컬럼비아대 샤피크 총장은 지난 4월, 교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협조하지 않자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캠퍼스에 경찰을 불러 공권력으로 시위를 해산시켜,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사퇴하였다.3) 이 사건을 중심으로 첫째, ‘총장들의 주장은 타당한지’의 여부, 둘째, ‘유대인 학살 주장 표현은 미 수정헌법 1조에 의해서도 보장되는지’의 여부, 그리고 셋째, ‘엄연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표현과 처벌받을 수 있는 표현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02. 유대인 학살 표현은 대학 내 윤리 규정에 어긋나는가?


미국 언론들의 가장 큰 비판은, 해당 총장들이 ‘유대인 혐오’를 단호히 처벌 대상으로 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4) 다음은 청문회 회의록 중 일부이다:


Elise Stefanik: “Calling for the genocide of Jews does that constitute bullying or harassment?”

Elizabeth Magill: “If it is directed and severe, pervasive, it is harassment.”

Elise Stefanik: “So the answer is yes.”

Elizabeth Magill: “It is a context-dependent decision, congresswoman.”


청문회에서 질문을 던지는 Stefanik 하원의원

뉴욕타임스는 “(매길이) 청문회에서 변호사처럼 답변하여 대학의 유대인 학생, 교수진, 졸업생에게 도덕적 명쾌함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she provided a legalistic answer to a moral question, and that was wrong)”라고 평가했다.5) 총장들이 ‘문맥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평가한 구호는 ‘Intifada’, 원래 아랍어로 ‘resistance against Israeli military occupation’이라는 뜻이지만,6)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문맥에서는 ‘유대인을 향한 폭력과 학살’로 해석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Intifada를 후자의 의미로 해석하도록 하겠다. 캠퍼스 내 유대인 학살 주장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있는가? 정답은 yes이다. 아래에는 대표적인 아이비리그 사립대, 하버드의 교내 차별금지 규범7)과 펜실베이니아대 학생 행동강령8)의 일부이다:


Discriminatory harassment is unwelcome and offensive conduct that is based on an individual or group’s protected status. Discriminatory harassment... when it is so severe or pervasive and objectively offensive... that a reasonable person would consider intimidating, hostile, or abusive.... Unless sufficiently severe or pervasive, a single act typically would not constitute bullying.
The University condemns hate speech, epithets, and racial, ethnic, sexual and religious slurs. However, the content of student speech or expression is not by itself a basis for disciplinary action. Student speech may be subject to discipline when it violates applicable laws or University regulations or policies.


즉, illegal discrimination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illegal discrimination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해당 표현이 “severe, or pervasive and objectively offensive…. intimidating, hostile, or abusive” 한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 행동강령의 요점이다. 따라서 대학교 총장들이 Intifada를 외치는 학생들의 처벌 여부에 ‘문맥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대답한 것은, 결코 틀린 행동이 아니다.




03. 유대인 학살 표현은 미 수정헌법 1조에도 어긋나는가?


사립대들은 미 수정헌법 1조의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Harvard, Penn과 MIT는 전통적으로 수정헌법 1조를 받아들이고 있다.9) 그렇다면 캠퍼스 외 사회에서 Intifada는 미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성이 존재한다. 미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근간이 되지만, 예외적으로 선동, 실존하는 위협, 사기, 아동 포르노그래피, 도발적 언사와 범죄행위의 필수요소 등10) 보호되지 않는 표현도 당연히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Intifada를 외치는 것은 ‘선동’에 해당하는가? 이에 대한 극명한 판례, ‘Brandenburg v. Ohio’(1969) 판결문에서 연방대법원은 흑인과 유대인을 미국에서 추방하자는 연설을 한 Ku Klux Klan(KKK)의 지도자가 받은 유죄판결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폭력 또는 위법한 행위에 대한 지지가 “directed to inciting or producing imminent lawless action and is likely to incite or produce such action”이 아닌 이상, 오하이오주(州)가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11) 즉, 어떤 표현이 ‘선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첫째, 명확하고 급박한 위법 행위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존재하며, 둘째, 그로 인한 선동의 발생 가능성이 커야 한다. 이 엄격한 test를 통과하냐의 여부로 미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분명히 하였다.

Brandenburg v. Ohio (1969)

혁명적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 Gitlow v. New York(1925) 판결에서 대법관 Holmes은 “Every idea is an incitement.… The only difference between the expression of an opinion and an incitement in the narrower sense is the speaker’s enthusiasm for the result.” 라며 단순 표현과 ‘선동’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위법 행위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2) 따라서 대학에서 ‘Intifada’를 외치는 행위는 표현의 범주이며, 설령 유대인 학살을 옹호하는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미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되는 발언이다. 다만, 만약 해당 표현이 특정 유대인 학생의 기숙사 방 앞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거나, 시위가 다소 과격해지면서 실제로 유대인을 향한 폭력 행위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점에는 과격한 시위와 폭력 옹호가 더는 abstract, 모호한 것이 아닌, 분명하고 명확한 위협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아이비리그 대학교 총장들은 ‘문맥’을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하며 언급했을 것이다:


1. 세계에서 가장 큰 유대인 조직, Hillel 캠퍼스에 찾아가 유대인 학살을 외치는 행동

2. 4명이 대학교 기숙사 방에서 전쟁 얘기 중 이스라엘 몰살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행동

3. 정치 강의에서 교수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들며 팔레스타인의 무장 침략은 역사적으로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하는 행동

4. 학생이 캠퍼스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 행동

5. 시위장에서 학생이 “팔레스타인 사람도 고통받고 있어, 내가 보기엔 유대인부터 죽여야 해!”라고 하는 행동


다섯 개만 적었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끝이 없다. 위 상황에서 1번과 4번은 캠퍼스 내 유대계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인 동시에 그들을 향한 적개심을 표출하는 행동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2번, 3번과 5번은 어떠한가? 그 자리에 유대계 학생이 있을지라도, 실존하는 ‘위험 또는 위협’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04. '문맥'의 중요성


유대인을 떠나서, 어떠한 사람에 대한 학살 주장은 상당히 적대적이며, 그 자체로 존엄성을 박탈한다. 그런데도 미 수정헌법 1조가 이런 혐오 표현을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혐오’ 표현이 근본적으로 주관적이고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1857년, 영국 동인도 회사의 인도인 용병들이 영국에 맞선 사건은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Mutiny, Uprising’으로 불리고 있는 동시에 인도에서는 ‘War of Independence, resistance’로 교과서에 실리고 있다.13)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무차별 학살임과 동시에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자기 보호이다. Intifada가 유대인을 향한 폭력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처벌돼야 한다면, ‘문맥’을 완전히 배제하였다고 할 수 있다. Intifada도 본래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움직임’이라는 뜻이지만 현재 ‘문맥’에서는 ‘유대인 학살’로 해석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기본적으로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초래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첫째, 명확하고 급박한 위법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의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둘째, 그로 인한 선동의 발생 가능성이 적다면, 해로운 표현은 ‘혐오’라는 이유로 규제될 수 없다. 여기서 엄연한 한 인격체의 표현으로 보호될 수 있는 표현과 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 간에 차이가 드러난다.




05. 결론


‘문맥’이 배제된다면, 표현의 자유 범주는 한순간에 축소된다. 애초에 yes or no 질문이 아니었다. 청문회에서 질문을 한 하원의원 스테파닉이 전략적이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학생들은 Intifada를 외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 여부는 그 당시 상황과 유대인 학생들을 실제로 위협하려는 학생들의 의도가 있었는지가 판단된 후,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확인되지 않은 질문이었기에 대학교 총장들은 문맥을 언급하였고, 이 주장은 사립대 대학교 윤리 학생 행동강령뿐 아니라 미 수정헌법 1조와도 상응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평가했듯이, 총장들은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본인들이 미국 명문대 총장으로서 유대인 학살을 옹호하는 듯한, 윤리적으로 굉장히 모호한 입장을 펼치는 데에 따라오는 책임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사립대 내 규정·사법적 논리와 도덕적·윤리적 논리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이 둘을 구분하였다면 경제적·사회적으로 ‘사후 처벌’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표현은, 사회적 독립체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이다. 모든 인격체는 성숙한 소통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표현에 따른 책임과 권리에 대해 앞으로 사법제도가 더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바라는 견해이다.



출처:


1) 김가연, 「‘反유대주의’ 질문에 말 빙빙 돌리더니... 美명문대 총장 결국 사임」, 『조선일보』, 2023년 12월 10일,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12/10/TON4WOQJ4BFMVPJSOU64NQLC34/, (2024년 11월 27일).

2) Stephanie Saul et al, “Penn’s Leadership Resigns Amid Controversies Over Antisemitism”, New York Times, 2023 Dec. 9, https://www.nytimes.com/2023/12/09/us/university-of-pennsylvania-president-resigns.html. 2024 Nov. 27.

3) 권수현, 「美대학가 ‘가자 반전시위 진앙’ 컬럼비아대 총장 사퇴」, 『연합뉴스』, 2024년 8월 15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0815054700009. 2024년 11월 27일.

4) 이유진, 「‘반유대주의’ 논란 속 사임·사과...미국 명문대 총장들 줄줄이 백기」, 『한국일보』, 2023년 12월 14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012430000612., 2024년 11월 27일.

5) Stephanie Saul et al, loc. cit..

6) Wadie Said et al. “Opinion: University of Colorado regents’ resolution on ‘intifada’ undermines free speech and inclusivity.”, The Colorado Sun, 2024 Sept. 5th, https://coloradosun.com/2024/09/05/opinion-colorado-regents-resolution-intifada/. 2024 Nov. 28.

7) “Discrimination and Harassment”, Harvard Kenneth C. Griffin, Last Updated 2024 Sept.

8) “Almanac”,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1994 Sept. 27, Vol. 41 Num. 5,https://almanac.upenn.edu/archive/v41pdf/n05/092794.pdf, 2024 Dec. 1.

9) “Why (most) calls for genocide are protected speech”, Foundation for Indicidual Rights and Expression, https://www.thefire.org/news/why-most-calls-genocide-are-protected-speech, 2024 Dec. 1.

10) “Unprotected Speech Synopsis”, Foundation for Individual Rights and Expression, https://www.thefire.org/research-learn/unprotected-speech-synopsis, 2024 Nov. 30th.

11) “Brandenburg v. Ohio, 395 U.S. 444 (1969)”, Justia, https://supreme.justia.com/cases/federal/us/395/444/, 2024 Dec. 1.

12) Andrea Long Chu, “The Free-Speech Debate Is a Trap”, Intelligencer, 2023 Dec. 22, https://nymag.com/intelligencer/article/free-speech-debate-free-palestine.html. 2024 Dec. 1.

13) Whitney Howarth, “1857 Indian Uprising”, Oer Project, https://www.oerproject.com/OER-Materials/OER-Media/HTML-Articles/Origins/Unit7/1857-Indian-Uprising/1240L, 2024 Dec.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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