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공격의 필요성
'공격은 길게, 수비는 짧게'
상대 선발을 빨리 강판시키려면 대량 득점으로 무너뜨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각 팀의 에이스를 상대로 대량 득점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략이 어렵다면 끈질기게 괴롭히며 투구 수를 늘려 내려올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
상대를 공략하는 것에 정답은 없지만, 상대가 쉽게 수비를 마칠 수 없도록 물고 늘어지는 공격은 많을수록 좋다.
프로야구 통계 전문 업체 'STATIZ'에 따르면, 한 이닝에 투구 수 5구 이하로 공격을 마친 빈도가 높았던 팀은 SK(12이닝), KIA, 롯데(11이닝), NC(9이닝), 한화(8이닝) 순으로, NC를 제외하면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범위를 넓혀 9구 이하에 공격을 마친 이닝 수를 살펴보아도, SK (154이닝), 한화(143이닝), KIA(142이닝), 롯데, 키움(136이닝) 순으로 나타났다. 키움을 제외하면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긴 시간 수비를 마치고 공격에 들어갈 때 투수는 비로소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빠른 공격으로 숨고를 틈 없이 다시 수비에 들어가는 성급한 공격도 문제다. 20구 이상 수비 후 9구 이내 공격으로 다시 수비에 들어간 빈도를 살펴보았다.
올 시즌 최악의 시즌을 치렀던 한화는 무려 50차례 '긴 수비, 짧은 공격'으로 다시 수비에 들어가며 힘든 시즌을 치렀다. 긴 수비를 견디고 화장실에 다녀온 팬들은, 다시 수비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며 혼란에 빠지는 꼴이 50차례나 벌어진 것.
시즌 초반 선전했지만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아쉽게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도 46차례의 '긴 수비 후 짧은 공격'으로 투수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3위와 4위를 기록한 SK(41차례)와 롯데(36차례)로 상대를 도왔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들일수록 맥없는 공격으로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줬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끌어줌으로 인해 불펜의 소모를 최소화하면 6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더욱 큰 힘이 된다. 이는 단순히 한 경기만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상대 선발을 빨리 끌어내리는 것은 페넌트레이스와 플레이오프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하다.
2021 시즌은 지금보다 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시인 | sin2flying@naver.com
사진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