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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인 Jan 21. 2021

기회는 반드시 온다

은퇴의 기로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

지난 2019년 10월 초,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팀에 파견된 전병우를 처음 만났다. 


2018 시즌, 전병우는 후반기 확장 엔트리로 처음 1군에 데뷔해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 해 타율 0.364 3홈런 13타점을 올렸고, 24안타 중 10개의 장타(2루타 7개, 홈런 3개)를 기록, 대형 내야수의 탄생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롯데는 2019 시즌 주전 3루수로 2018년 1차 지명자 한동희를 내세우며 전병우를 백업으로 돌렸다. 그러나 백업 특성상 들쭉날쭉한 출장과 허리 통증이 겹치며 시즌 초반 부진했고, 기나긴 타격 슬럼프까지 찾아왔다. 

  


마지막 기회


롯데는 성민규 신임 단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질롱코리아에 가장 많은 선수를 파견했다. 28명 엔트리 중 무려 11명(노경은, 박종무, 송주은, 이인복, 장국헌, 정태승, 차재용, 고승민, 김대륙, 허일, 전병우)을 차지했다.  


2019-20 시즌 질롱코리아 엔트리 발표 당시 보도자료


롯데는 파견 목적이 가장 뚜렷한 팀이었다. FA 미아로 1년을 통째로 쉬었던 노경은의 실전 감각 회복 외에도 88년생 정태승(당시 32세), 91년생 장국헌, 이인복(이상 29세), 92년생 허일, 김대륙, 전병우(이상 28세) 등, 당해 고졸 신인 고승민(2000년생)을 제외하면 반드시 1군에 올릴 수 있는 성적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들을 보냈다. 


전병우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2020 시즌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방출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은퇴까지 고려하고 있다. 배수의 진을 쳤다."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전병우는 절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총 시즌 40경기 중 25경기에 출장해 팀 내 최다인 5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0.207, 29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쳤다. 장타력은 입증했지만 정확도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전병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롯데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제외됐다. 그가 뛰어야 할 내야에는 한동희와 경찰청에서 전역한 김민수, 그리고 FA로 안치홍까지 가세했다. 전병우는 그렇게 묻히는 듯했다.


지난 4월, 롯데와 키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전병우, 차재용(키움 행) ↔ 추재현(롯데 행) 2:1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송성문의 입대로 3루수 보강이 필요했던 키움이었다. 때마침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는 지독한 부진과 개인사로 잡음을 냈고, 김웅빈은 부상으로 이탈해 전병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6월, 프로데뷔 첫 끝내기(사실 호주에서 끝내기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등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적 후 다소 흔들렸던 수비도 점차 안정을 찾았다. 이후 메이저리거 에디슨 러셀이 합류한 이후에도 기회가 꾸준히 주어졌고, 급기야 포스트시즌에는 전병우의 수비력을 인정해 러셀 대신 선발로 출장했다. 



2020시즌 키움의 소금 같은 역할을 한 전병우


이제는 주연이 되길


2020시즌이 끝난 후, 전병우는 "시즌 들어가기 전(2020 KBO리그) 고민이 무척 많았는데, 트레이드가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처음으로 가을야구(포스트시즌)도 하고, 행복한 시즌이었다."라고 말했다.  


팀의 중심타자로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팀의 고민인 3루를 묵묵히 지키며 '조연'으로서 인정받았다. 이대로 끝날 줄 알았던 야구인생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전병우. 오는 2021시즌에는 '주연'으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까.



박시인 | sin2flying@naver.com

사진 | 키움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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