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기술_성인지
어느 기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여성 팀장이 남성 직원에게 말했다.
“몸이 좋네. 힘이 좋아 보인다. 일 잘하겠는데?”
말을 건넨 사람은
가벼운 농담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칭찬에 가깝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듣는 입장은 달랐다.
업무 능력이 아니라
신체를 평가받았다는 느낌.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이
직속 상사라는 사실.
그 순간
말은 가벼웠을지 몰라도
위계는 가볍지 않았다.
그 남성 직원은
결국 성고충 상담을 신청했다.
주변에서는 이런 말도 나왔다.
“남자가 뭘 그런 걸로 문제를 삼느냐.”
그러나 성희롱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성별이 아니다.
관계의 구조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신체를 언급하는 순간,
그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업무와 무관한 신체 평가,
권한이 존재하는 자리에서의 발언,
거절하거나 불편함을 표현하기 어려운 구조.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성별과 상관없이
경계를 넘는다.
조사 결과 해당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되었고,
팀장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두고 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본다.
성희롱은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과 위치의 문제다.
칭찬이라는 이름으로도
침범은 침범이다.
말은 의도로 판단되지 않는다.
상황과 구조로 판단된다.
이 사건은 분명히 보여준다.
성인지 감수성은
특정 성을 보호하는 개념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라는 것.
공직자의 언행은
의도보다 위치로 평가된다.
그 기준을 잊는 순간
문제는 반복된다.
그날 나는 다시 확인했다.
성희롱은
성별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