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를 세우고 싶었던 이유

버티는 기술_규제

by 안나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유관순 열사 생가지는 국가 지정 사적지다.


나는 늘 그 공간이

조금 더 살아 숨 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존은 잘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억이 머무는 장면은 부족했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여성 독립운동가의 길’을 조성하면서

나는 하나의 조형물을 구상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구조였다.


좌측에서 보면 태극기가 보이고,

우측에서 보면 “대한독립만세”라는 문구가 드러난다.

그리고 뒤쪽에는

유관순 열사를 포함한

천안의 여성 독립운동가 10인을 조명하는 구성을 담았다.


하나의 조형물이

상징과 구호, 그리고 인물을 함께 품는 구조였다.


나는 그 조형물을

생가지 인근에 세우고 싶었다.


문제는 문화재였다.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서는

작은 구조물 하나도 허가 대상이다.

일정 면적을 넘으면 중앙부처 허가가 필요하고,

그 이하면 도 문화재 부서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답변은 늘 같았다.


“어렵습니다.”

“검토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문화재는 지켜야 한다.

그것은 원칙이다.


그러나 나는 또 다른 원칙도 생각했다.


기억은

보여줄 때 이어진다.


나는 보호구역 경계를 다시 확인했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호구역을 벗어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안에서

경관을 해치지 않는 위치를 찾았다.


도시계획 부서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설치 이후 이의 제기가 있었다.

나는 관련 법령을 다시 검토했고,

약식 허가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그 조형물은

생가지를 찾는 방문객들의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 되었다.


아이들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고,

어른들은 이름을 하나씩 읽었다.


구호는 다시 울렸고,

이름은 기억이 되었다.


나는 그때 배웠다.


적극행정은

법을 어기는 일이 아니라

법의 경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존은 멈춤이 아니다.

책임 있는 판단 위에서의 움직임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언제나

이름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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