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새로운 자리에서

버티는 기술_인사이동

by 안나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되면

초기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다.


대부분 인사이동으로 전입 오거나

직렬이 다른 경우,

그 사람에게 가장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업무가 배당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전임자가 스트레스로 돌아가신 자리에

내가 앉게 되었다.


듣도 보지도 못한 용어들이 쏟아졌고,

제도유예 기간만 20년에 이르는 업무가

내 이름으로 배당되었다.


문서를 읽어도 낯설었고,

회의에 들어가도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그때의 스트레스는

무겁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다행히 아는 후배 몇 명이

내 민원을 대신 대응해주었다.

서류를 정리해주고,

기본 구조를 설명해주었다.

혼자였다면

더 오래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 있었다.

뮤지컬.

그 무렵 나는 **〈프리다〉**를 여러 번 보았다.

무대 위에서 프리다 칼로는

몸이 부서져도,

관계가 무너져도,

끝내 자기 색을 놓지 않는다.


고통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드러내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삶을 붙잡는다.


공연이 끝나고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정리되었다.

내가 겪는 업무의 압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견딜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를 뮤덕이라 부른다.

공연장에 앉아 조명이 켜지면

잠시 현실은 멈춘다.


소리 내어 웃고,

소리 내어 울고,

감정을 그대로 흘려보낸다.

그 시간이

나를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낸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힘들 때 빠져들 수 있는 취미 하나는

반드시 만들어 두라고.

그것이 일이 아니어야 하고,

평가받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


버틴다는 것은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회복하는 법을 아는 일이다.


나에게는

그 무대 위의 시간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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