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기술 _잘난사람
원래 대화는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직소민원실에는
예외도 있다.
가끔 전화를 하는 한 분이 있었다.
많이 배우신 분인지,
통화가 시작되면 늘 나를 가르치려 했다.
“그건 이렇게 해야죠.”
“행정이 왜 그렇게밖에 안 됩니까.”
“내가 보기엔 말이죠…”
정작 내 설명은 듣지 않는다.
문장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꼬투리를 잡는다.
지적은 멈추지 않는다.
처음엔 답답했다.
설명하려고 할수록
대화는 더 꼬였다.
그래서 나는 방식을 바꿨다.
감정으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논리로 대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단순한 이분법으로 판단하실 사안은 아닙니다.”
“해당 사안은 ○○법 제○조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됩니다.”
“행정은 재량 범위 안에서 판단합니다.”
“법률유보 원칙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최대한 어렵게,
최대한 규정에 근거해,
최대한 논리적으로.
신기하게도
통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상대는 더 이상 나를 가르치지 않았다.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설명하는 사람으로 인식한 듯했다.
그날 나는 배웠다.
모든 민원에 공감이 답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차분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행정은 친절해야 하지만
휘둘릴 필요는 없다.
공무원의 온정은
기준 위에 서 있을 때만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