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판단입니다

버티는 기술_인허가

by 안나

공동주택을 지으면

의무적으로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는

설계도상 문제 없이 승인되었다.

전임자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공사는 진행됐다.

입주 일정도 잡혔다.


문제는 사용승인 단계에서 터졌다.


나는 보육시설 구조를 다시 보다가

멈췄다.


썬큰 구조.

지하시설.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과연 적절한가.


사업계획 단계에서는

놓쳤던 구조였다.

하지만 사용승인은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최종 책임이다.


나는 보완을 요구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


공동주택 사용승인이 지연되면

건설사는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사를 못 간다.

언성이 높아졌다.


“이제 와서 왜 이러십니까.”

“이미 승인받고 지은 겁니다.”

“이 손해를 누가 책임집니까.”


소송이 들어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청원도 제기됐다.

외압은 거셌다.


복지부에 질의했다.

답변은 늘 같았다.


“지자체의 판단입니다.”


나는 쫓아 올라갔다.


솔직히 말하면

감정이 극에 달해 있었다.


“명확히 알려주지 않으면

저… 한강에 뛰어내릴지도 모릅니다.”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


그렇다고 복지부가

구체적인 해답을 줄 리는 없었다.

다만 친절했다.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최종 판단은 지자체입니다.”


그 말은

도망갈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나는 소송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괄식.

초두에 우리 시의 입장을 명확히 적었다.


“본 건 보육시설은 썬큰 구조의 지하시설로서,

대피 동선 및 안전성 측면에서

보완이 불가피하다.”


썬큰 구조를 직접 도식으로 그려

설명했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설득했다.


그 답변서는

이후 우리 시의 표본 답변서로 공유되었다.

당연히 소송은 승소했다.


건설사는 다른 대책을 찾았다.


나는 그때 배웠다.

사업계획승인과 사용승인은

절차는 달라도

기준은 달라질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판단은 위로 미룰 수 있어도,

책임은 결국 내 이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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