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자리에서 배운 것

버티는 기술_인사

by 안나

직소민원실에서의 성과,

그리고 기업유치의 실적까지 더하면

누군가는 나를 특진 대상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기업유치 업무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있던 어느 날,

다시 발령이 났다.


여성가족과였다.


시장님께서는 간부 공식석상에서

수년간 해결되지 않던 여성단체협의회의 불협화음을

정리해보라며 나를 보냈다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명확했다.

어려운 자리를 맡길 사람.


하지만 후에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새로 조성되는 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누군가 나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를 했고,

그 자리에 신뢰받는 팀장이 배치되었다는 말.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또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직원들은 나를 위로했다.

이상하게도

뒷담화는 줄어들었다.


성과는 쌓이는데

승진과는 거리가 먼 자리로만 이동하는 느낌.


솔직히

씁쓸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가.


여성가족과에서

성평등과 여성인권을 다루며

나는 또 다른 결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간다.


여성단체협의회의 갈등도

조금씩 풀려갔다.


완전히 해결되면

나는 또 어디로 갈까.


하향일까.

또 다른 도전일까.


이제는 예전만큼 두렵지 않다.


자리보다

내가 남기는 흔적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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