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

비티는 기술_갑질

by 안나

코로나 팬데믹 시절, A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곧 사무관 승진을 앞둔 한 여성 팀장이

시장 비서실에서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코로나로 격리되었다가 복귀한

여비서가 첫 출근을 한 날이었다.


팀장은 볼펜으로 비서의 배를 툭툭 찌르며 말했다.


“확찐자야? 확찐자?”


결재 대기 중인 여러 사람들이 큭큭 대고 웃었다.


비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황당했고, 민망했고,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즉각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위계는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비서는 참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재를 받고 돌아가는 팀장을 따라가

사과를 요구했다.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사과해 주세요.”


팀장의 대답은 단순했다.


뭘 그걸 가지고 그래.”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은

팀장의 부서 직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른바 ‘설명’이었다.


하지만 설명은

곧 뒷이야기가 되었다.


그 이야기는 이른바 우주의법칙 처럼

다시 비서의 귀로 들어갔다.


사과를 받지 못한 상처에

2차적인 상처가 더해졌다.


결국 비서는 감사실에

갑질 신고를 했다.


이 사건은 갑질로 판단되었고

사무관 승진이 코앞이던

상급자의 인사상 조치는 좌천이었다.


사건의 본질은

“확찐자”라는 단어 하나가 아니었다.


공개된 공간,

위계가 분명한 자리,

집단 앞에서의 신체 접촉과 조롱.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에게는 모욕이 된다.


나는 이 사건을 보며

한 가지를 다시 확인했다.


사과는 자존심을 잃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


"미안해" 그 한마디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말은 가볍게 나가지만

기록은 무겁게 남는다.


선을 넘는 순간은 짧지만

그 여파는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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