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주고도 남는 것
잔인한 달이 강림했다.
5월 아름답고 잔인한 달
왜 7월과 11월 같이 빨간 날이
하나도 없는 달이 존재하는데
5월에 그토록 많은 기념일을
몰아 놓았을까라는 마음의
소리를 뒤로 한채
막히는 도로 사정에도
어디든 가야 하고
비싼 장난감을 사며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5일을 지나면
이미 앞서 얇아진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예약도 힘든 비싼 식당에서
웨이팅을 하며 식사를 하는 8일
그리고 자식 맡겨 놓은 입장에서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15일
이처럼 가정의 달은 무시무시하다.
이렇게 힘든데도 불구하고
그리 나쁘지는 않다.
8일 날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딸이
아내와 나를 거실로 불러놓고는
손수 쓴 편지와 각종 쿠폰(뽀뽀, 설거지, 안마 등)
을 주면서 리코더로 어버이 은혜를 연주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리코더를 연주하는
딸을 보며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고단함이 녹아내렸다.
물론 물질적으로야 수지타산이 맞지는 않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어버이가 되지 못했다면 평생
느껴보지 못할 행복을 느끼는데 말이다.
어버이가 되기를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