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모래성과 같이

흔적도 없는 기억에 대해

by homeross

어젯밤은 너무 피로한 밤이었다.

회사일에 정신없는 낮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니

시체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나름 하루에 지키기로 한 스스로와의 약속들이 있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보려 해도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억지로 해도 잘될 것 같지 않아

알람을 세 시간 뒤 자정에 맞춰 놓고 일어나

해치워버리기로 계획을 바꿨다.


알람소리와 함께 자정에 비몽사몽

눈을 뜨고는 해야 할 일들을 처리했다.

다행히 몇 시간의 수면으로 피로를 조금은 회복했는지

그럭저럭 집중해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새벽 두 시쯤 마무리를 하고는 다시 잠들 준비를 했다.

지금 잠에 들면 세 시간 정도는 더 잘 수 있었다.


그러게 참을 청하려 침대의 누웠는데

갑자기 아이디어와 문장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이 생각을 왜 못했지?"

"이 문장으로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은데"


눈을 감은 채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되뇌다가

평소대로 휴대폰의 메모장이나 카카오톡에

메모를 하고 싶었지만 환한 액정의 불빛을 보면

왠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 시간인데 외우려고 하면 기억하겠지."


나는 쓸데없이 자신의 빈약한 두뇌를 너무 믿은 채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 머릿속은 깨끗했다.


"아~ 뭐였더라...."


아무리 생각해보려 해도 내 오래된 연식의 두뇌는 문서를 저장하지 않은 채

재부팅을 한 게 분명한 듯 깨끗한 상태로 부팅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은 어제 점심메뉴도 잘 생각나지 않는 기억력인데

무엇을 믿고 세 시간 동안 머릿속에 생각이 남아있기를 기대했는지 후회가 된다.


밤새 머릿속에 파도가 친 게 분명하다

내 작은 기억의 모래성은 파도에 쓸려 다시 모래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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