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미안해
며칠째 하늘은 어둡고
비는 쉬지도 않고 대지를 적신다.
나는 회색빛하늘과 같은 기분이 되어
건물 안에만 갇혀 지내고 있는
처지에 지겨운 감정만을 느낀다.
올여름은 해가 뜨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오고
흐리다고 하니 내 기분은 한층 더
무거워지고 비가 와도
출근은 해야 하기에 우산을 챙겨 들고는
진창을 피해 가며 고된 출퇴근 행렬에
뒤를 따른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신발이 젖는 것을
막기는 쉽지가 않고
다른 이들의 젖은 우산을 피해 가며
걷다 보며 몸도 마음도 젖어 무거워진 채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연이어 울리는 재난문자 알림과
높은 습도에 빨래는 마를 기미가 없고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면 도시는 사우나로 바뀐다.
기상변화로 인해 창궐한 벌레들과
모기 같은 해충들이 어렵사리 잠든 잠을 방해할 때면
힘들게 버티던 인내심에 얇은 줄이 끊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럴 때는 눈을 감고 한줄기 시원하게 부는
가을바람을 생각한다.
적당히 따스한 햇볕과 미쳐 더울세 없이
땀을 시켜주는 시원한 가을바람
들판은 눈부신 황금으로 물들고
파아란 하늘은 높기만 하다.
다시 눈을 뜨면 여전히 회색빛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내리고 있지만
나는 가을을 기다리며 지금의
괴로움을 달래 본다.
비록 순식간에 지나갈 가을이라도 말이다.
여름아 미안해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