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삶

by homeross

치도는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았다.

그저 자신의 마음이 흘러가는 데로




치도는 어렸을 적부터 꿈이 없었다.

친구들은 모두 의사라던지 군인이라던지 대통령이라던지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지만 치도는 그런 게 없었다.


의사는 너무 무서울 것 같았고

군인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대통령은 무얼 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니와 우선 되는 과정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치도는 그저 공원에 앉아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추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삶이 행복해 보이고 그걸로 충분했다.


'사람은 자고로 꿈이 있어야 해.'


치도의 어머니는 늘 치도에게 말씀하셨지만 치도는

왜 그래 야만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엄마의 꿈은 뭔데?'


'엄마의 꿈은 치도가 행복한 거야. 그거면 충분해.'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환하게 웃으셨지만

치도의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

이미 치도는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엄마의 꿈은 이루어진 걸까?


단순히 행복한 상태가 꿈이라면 치도는 행복했다.

엄마가 환하게 웃어줄 때에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을 때도

가족이 모여 치킨을 먹으며 TV 들보는 저녁 같은

사소한 것들에서도 치도는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꿈은 행복한 순간이 지속되는 것일까?'


치도는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더욱 구체적인 것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친구 시은이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살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시은이 처럼 무언가 근사하고 구체적이고 멋진 것이어야만

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치도가 행복한 것을 아무리 말해 보았자

주변에서 분명 '그런 건 꿈이 아니잖아'

라고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치도는 꿈이 없었기에 모든지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꿈이 생길 때까지 열심히 하다 보면 무엇이든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무엇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하기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기도 했다.


치도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그 감정은 극에 달했다.


'꿈같은 소리 모두 집어 치라고 해!'


치도는 더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았다.

성적도 떨어지고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지만

정작 치도의 마음은 기쁘고 편안했다.

더 이상 꿈이라는 알 수 없는 이상을 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하루를 즐기며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런 치도가 다시 꿈이라는 말과 마주치게 된 것은 고2학년 무렵이었다.

놀기 좋아했던 친구들도 어느새 책을 보고 학원을 다니며

점점 치도와 멀어졌고 치도는 친구들에게 놀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치도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게 꿈이야.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공부해야 된다고.'


치도는 머리를 한방 맞은 것만 같이 느껴졌다.

여태껏 잊고 살던 꿈이라는 녀석과 다시금 마주해야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공기들이

모두 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꿈이라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거지?'


치도는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그저 친구의 꿈처럼 눈앞에 있는 대학교 입학이

꿈의 기준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대학교에 가면 꿈이라는 게 생기지 않을까?'


치도는 친구와 같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가끔 나는 도대체 왜 공부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걸 고민하기에는 치도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성실한 인간이었기에 성실하게 공부했고 최선을 다했다.

치도는 아슬아슬했지만 친구와 같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교에 입하하게 되었다.

치도는 기뻤다. 열심히 했고 원하는 것을 이룬 거에 뿌듯했다.


하지만 치도는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친구는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고 행복해 보였지만

대학교에 가서도 치도는 꿈에 목말랐다.


꿈이라는 것은 명확지 않았다.

무언가 알 것 같으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이었다.

치도는 꿈을 찾는 것 지쳐갔다.


꿈같은 건 자신에게는 없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꿈이 없다고 해도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치도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목표를 세우고 이뤄 나가면 그만인 삶이

치도에게는 너무 행복했다.


무언가 거창한 큰 꿈이 없다는 생각이

가끔 치도를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도

치도 답지 않았다.


치도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살았다.

치도는 주어진 것들을 차근차근 그리고

묵묵히 해내며 살아갔다.


어느새 치도는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그 사이 취업과 결혼 그리고 두 자녀의 아빠가 되었다.


치도가 다시 꿈에 대하여 생각했을 때에는

더 이상 혼란스럽지도 조급하지도 않았다.


꿈이라는 것은 어쩌면 조금 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거창하지 않을 수도 구체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모를 수도 있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바라는 그것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뿐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지금껏 내가 살아오며 이룬 모든 것이 나의 꿈이었다

치도의 삶은 늘 아름답게 춤추며 빛나고 있었다.


치도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만족의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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