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둥이 Nov 27. 2023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조금 더 소중한 내가 되기 위해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내 인생의 4분의 1을 누구 엄마 혹은 새댁, 아줌마로 살았다. 누구 엄마라고 하면 다정하기라도 하지, 보통은 누구 어머님이라는 딱딱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나를 점점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꿈꾸었던 미래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상상할 수 없었다. 때로는 지금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누구의 엄마와 아내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것도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오늘은 이랬다가 내일은 저랬다가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인생의 전환이 필요했던 거다.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면 한 번쯤은 일하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처럼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경우도 있다. 쉽게 생각하면 나는 밀양 박씨 몇 대손으로, 강릉시민으로, 모 초등학교 학부모 등 많은 소속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원해서 이뤄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해진 결과에 따른 소속인 것이다. 그것이 성에 찰 일이 없지 않은가. 


좋아하는 것은 아주 가까이에


2023년 한 해의 대부분을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하며 지내오다 보니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사이버대학교라도 가보자 하며 알아보던 차에 집 근처 대학교에서 온라인 과정 학부생을 모집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것은 기회라며 무작정 원서를 넣었고 그렇게 합격했다. 하지만 자꾸 고민이 되는 거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과목인가? 내가 과연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졸업장으로 나중에 직장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던 거다. 무조건 공부만 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학교에 입학을 하면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길은 뻔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함께 했다.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나는 블로그라는 곳에 글을 쓰고 있었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도 있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고 요리를 해서 레시피를 올리기도 했고 맛집에 다녀와서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는 그것이 글을 쓰는 일이라고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


작가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그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이수아 님의 <나답게 살기 위한 글쓰기>라는 책에서 읽었다. 출간 경험이 있으면 출간 작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작가. 용기가 났다. 이전에는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혀를 차지 않을까, 악플을 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아닌 소수가 공감하는 글이라도 조금씩 써 내려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노트북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넘어지지 않을까 무섭지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조금씩 요령이 생기겠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더 소중한 나를 가꾸어 나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즐기면서 하는 미라클 모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