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다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정말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침에는 최대한 잘 수 있는 만큼 자두는 편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이면서 집안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바로 늦은 취침 시간 때문이었다는 것을.
직업 특성상 밤 10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는 신랑을 맞이하고, 같이 야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봤다. 그리고 또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가 휴대폰으로 블로그나 유튜브에 매달려 몇 시간을 보냈다. 이른바 육아 퇴근이라는 것을 하면 그때부터 온전히 내 시간(자유)을 누려야 한다는 심리가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기본으로 새벽 2~3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드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내게 미라클 모닝이라니? 말도 안 된다 싶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이가 조금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오후 1~2시에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맞이하기에 나의 하루는 짧고 또 짧았다. 전업주부의 필수 과목과도 같은 집안일(청소, 빨래, 설거지 등)을 하고 밥을 먹고 치우고 다이어트 겸 운동도 해야 하고 가끔 놀기도 해야 하다 보니, 밀려있는 일이 얼마나 많게 느껴지는지. 그렇다고 예전처럼 내 할 일 하고 새벽 2시가 넘어서 잠이 들면 다음날 일상이 위태로울 만큼 피곤함이 밀려왔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잠드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라클 모닝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시점에 나는 미라클 모닝 1학년이 되었다. 덧붙이자면 무조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미라클 모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침형 인간이라는 약간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려면 일찍 일어나서 자기 계발을 비롯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렇다면 나는 일찍 일어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도 별로. 미루고 미루던 영어 공부를 해볼까 블로그를 해볼까 많은 고민을 했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라클 모닝이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아침 활동에는 기본적으로 씻는다는 과정이 들어가니까, 그전에 운동을 하는 게 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에 소요되는 시간만큼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새벽 5시의 기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비몽사몽 했다. 이른 오전 시간부터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하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했던가. 조만간 미라클 모닝 1학년을 마치게 될 나는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조금만 더 잘까 고민보다는, 오늘은 어떤 운동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아직 깜깜할 때 일어나는 그 희열감과 혹시나 내 움직임 소리를 듣고 아이가 깨서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겹쳐져 아침의 활력이 된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2~3시에서 밤 10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커피를 끊었다. 이전에는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었고, 자는 중간에도 작은 소리에 깨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새벽 기상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는 자다가 업어가도 모를 사람이 되었다. 쉽게 말해 푹 잔다는 소리다. 온전히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몰랐다. 가끔 다른 상황들로 인해 피곤함이 밀려오는 날도 더러 있지만, 웬만하면 푹 자고 잘 자고 일어나서 개운한 하루를 보낸다.
미라클 모닝도 좋고 다 좋은데 금방 지쳐버리는 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다.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내가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일을 만들면 안 일어나고는 못 배긴다. 만약 나보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학 문제를 풀라던가 그리스 로마신화 읽기 같은 과제(?)를 던져 줬다면 미라클 모닝을 금방 포기했을 것이다.
나는 살을 빼기 위해서(실제로는 유지를 하기 위해서지만..)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침에 하지 않으면 할 시간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냥 무조건 일어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주말에는 7시까지 늦잠을 잔다. 초등학교 1학년도 주말이면 학교를 가지 않는데, 미라클 모닝 1학년도 가끔 쉬는 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그것이 생산적인 일이라면 더 좋고), 쉴 때는 쉬기도 하고 떳떳하게(?) 미라클 모닝을 즐기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말을 왜 그동안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살았는지 약간의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늦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아직 남은 인생의 시간이 많고, 또 미라클 모닝으로 인해 그 시간이 더 늘어났으니까.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