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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둥이 Nov 29. 2023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주어진 오늘 하루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길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건강이 최고라는 말.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 마음처럼 살아가기는 힘들다. 일도, 취미생활도, 여행도 건강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신나게 웃는 것이나 불같이 화내는 것도 건강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잊고 살아간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는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임신하고 태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2차 기형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검사는 검사일뿐, 나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몇백 대 일도 아니고 무려 19:1이라는 수치(19명 중 1명이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날 거라는 대략적인 수치)를 보고 하루 종일 울기만 했다. 옷을 뒤집어 입은 줄도 모르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50만 원이 넘는 정밀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고위험군이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태어난 아이를 보며 더도 덜도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정말 그랬다.


간절했던 소망은 어디에


정말 간절했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금세 잊어버렸다. 돌이 지나도 걸을 생각이 없는 아이를 보며 도대체 언제 걸을 건지 재촉(?) 했다. 걷기 시작하자 말은 언제 할 건지 조급하기만 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오직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던 간절했던 소망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한글에 관심이 없는 아이를 두고 그렇게 놀기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금 느리게 하더라도 언젠가는 해냈던 아이였던 것을 자꾸만 잊어버렸다.


평소와 같은 평온한 날이었다. 처음 보는 음식은 잘 먹지 않는 아이인데, 엄마가 자주 먹는 견과류를 보고 하나 달라고 했다. 호두 한 조각을 먹고 그 길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남편은 아직도 심한 두드러기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날은 정말 심각했다. 온몸에 두드러기와 열감은 물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를 보고 눈물만 났다. 응급실에서 겨우 처치를 하고 입원을 했다. 나는 또 예전과 같은 상황을 되풀이했다.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게.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모든 초점을 건강에 맞춰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사회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한다. 남들보다 빨리 가지 않아도 돼.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도 돼. 하루하루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


평균적으로 보면 나도 이제 반 평생 가까이 살았다. 아직 젊디 젊은 나이지만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자주 혼내던 엄마 혹은 늘 피곤해 보였던 엄마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와 남편은 부모가 되어, 아무것도 몰랐던 한 사람의 인생에 스타트를 끊어줬다. 나에게 오늘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에, 그로 인해 뭐든지 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끌어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제는 정말 잊지 말아야지.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변화였고 성장이었다. 물론 결혼과 출산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무언가로 성장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엄마가 된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었던 게 틀림없다. 관심 밖이었던 일이 가장 중요해졌고, 예민하게 굴던 일에 관대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잃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받아들였다. 그제야 나의 성장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변하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이기를 바란다. 이제 더 이상 작은 일에 전전긍긍하지 않겠다고,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는 잊지 말자고 머릿속에 새겨본다. 바로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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