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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엄마 껌딱지와의 하루

초초보맘의 육아일기_3

by 지수연

하루 총평 : 고되고 부담스럽고 죄스럽고 힘들다 x 힘들다.


남편과 나는 똘이가 서럽게 울 때마다 당황스럽지만 동시에 온 얼굴의 근육을 구기며 울 때의 얼굴을 제일 귀여워한다.

똘이가 서럽게 울 때면 안그래도 납작한 얼굴이 더 찌그러지며 아기 거북이 같아지는데(일명 꼬북이) 서럽게 우는 똘이에겐 미안하지만 그 얼굴이 귀여워 달래주기 전에 사진을 찍은 적도 많다.


오늘 그 거북이스러운 얼굴을 수차례 봤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반경 2미터 이상 멀어지면 똘이는 서럽게 울었다.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장난감에 몰두하며 엄마의 존재조차 잊은 듯 보일 때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이유식도 만들고 설거지도 하려 했으나 똘이가 또 깜찍한 표정으로 울고 말았다.

계속 그 구겨진 얼굴을 마주하자니 더 이상 귀여워 보이지 않고 억울한 심정이 되어 말도 못하는 똘이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고 볼멘소리로 물었다.


똘이가 여전히 새벽에 여러 번 깨는 바람에 잠을 못자서 나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가 오늘 같은 날은 조금 부담스럽고 나는 오늘따라 하루가 영원처럼 시침과 분침이 꿈쩍도 않는 벽시계만 바라보며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렸다.


똘이의 기분은 오르락내리락 반복했다.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어제 놀러 온 H는 똘이를 굉장히 잘 다뤘는데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를 놀아주듯이 함께 놀았다고 했다.


어쩌면 내가 똘이의 기분에 너무 감정이입을 해서 힘든 건 아닐까?

슬퍼서 우는 게 아닐 수 있는데. 아기의 감정은 어른보다 투박하니까. 화가 나서, 짜증이 나서, 놀라서 그냥 울 수도 있는데.


지쳐버린 나는 도망가듯 집안일을 하러 떠나버렸는데 어느새 똘이가 내 옆으로 와서 내 발목을 툭툭 쳤다.

똘이는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그러다 내 바지를 잡고 일어서려 했고, 내가 안아주니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흥미로워했다. 이 단순한 아기 같으니라고.

조금 짠했다. 아직까지 똘이의 세계엔 엄마가 전부일 텐데. 설거지만 하러 가도 그 개념조차 몰라서 엄마가 자길 두고 떠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단숨에 쪼르르 기어 오는 아기의 열렬한 사랑, 이토록 부담스러운 애정공세는 어쩌면 살면서 처음이 아닐까?

부모님과 남편의 사랑과는 종류가 다른 사랑 같다. 본능적이고 온몸을 내던지는, 보다 더 동물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이랄까.


똘이를 재우고 나니 살 것 같다가도 오늘 하루종일 똘이가 읊조린 옹알이가 귀에 맴돈다. 떼떼! 떼떼떼! 디디뎨!

‘ㄷ’을 말해보려는 것 같다. 디디, 뎨뎨, 두두, 뎨뎨… 똘이가 얼른 말을 했으면 좋겠다가도 말을 곧잘하는 미래의 어느 순간에 오늘을 무척이나 그리워할 거란 예감이 든다.


내일은 똘이 옆에 더 붙어있고 똘이를 외롭게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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