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보맘의 육아일기_4
이번주가 너무 힘든 나머지 엄마를 호출했다.
독감이 유행인지라 외출을 아예 자제했는데 일주일이 일 년처럼 느리게 흘렀다. 덕분에 안 걸린 사람이 없다는 독감을 피해 갈 수 있었다. (뉴스를 보니 어느 대형 소아과에 대기만 천 명이라고…)
나의 구세주 엄마는 잘 익은 대봉감을 갖고 왔다.
저번에 엄마 집에 갔을 때 똘이가 한입 먹고 환장했던 대봉감이었다. 엄마는 그 이후로 대봉감이 맛있게 익으면 똘이부터 생각이 났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똘이는 이번에도 잘 익은 대봉감을 한입 맛보더니 무언가 충격받은 얼굴로 작은 두 눈이 번쩍 뜨였고 발을 동동 굴렸다.
에…에!! 에에!!! 에에에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고, 나는 그때부터 주먹보다 큰 대봉감이 동날 때까지 쉬지 않고 티스푼으로 감을 떠먹였다.
똘이는 맛을 음미하기는커녕, 먹자마자 삼키고서 에에에! (더 달라!) 에에에! (빨리빨리!) 를 외쳤다.
이러다 당뇨가 오는 건 아닐까 걱정됐다.
저 작은 몸에 대봉감 한 개면 내가 족히 다섯 개 정도 먹은 셈인데…
나는 급히 숟갈질을 멈추고 조금 남은 대봉감을 내 입에 넣었다.
그걸 보고 무너지는 똘이의 얼굴이란… 울그락불그락 얼굴이 상기되고 두 눈엔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너무 분한 나머지 천장이 떠나가라 분노를 표출했다.
에!!!!! 에에!!!!! 에에에에!!!! 에에에!!!!!? (네가!!! 감히!!! 미치지 않고서야!!! 내 홍시를!!?)
대체 감이 뭐라고…
씩씩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똘이의 기세에 움츠려든 나는 똘이의 손에 떡뻥을 하나 쥐여준 후에, 마치 대역죄인마냥 껍데기에 조금 남아있는 감을 불쌍하게 뜯어먹었다. 똘이는 순식간에 허겁지겁 떡뻥을 먹어치웠다. (똘이의 먹방을 볼 때면 가끔 진공청소기가 생각난다.)
똘이야,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감 가지고…….
피자나 치킨을 한입 베어 먹는 날엔 지금 먹는 이유식에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오늘은 돼지고기와 시금치를 갈아 넣은 죽이유식을 먹였다.)
몇 달 뒤면 유아식을 할 텐데 요리 연습을 좀 많이 해둬야겠다.
성격 급하고 먹성 좋은 우리 아가를 위하여… 홍시감만큼 맛있는 요리를 해줄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