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보맘의 육아일기_5
남편이 귀가 떨어질 만큼 코를 골았다. 분명 회식에서 술을 조금만 마셨다고 했는데, 기차통 삶아 먹는 소리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 옆에서 곤히 자는 똘이가 대단하고도 안쓰러웠다. 혹여나 청각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될 만큼 초강력 코골이었다.
오늘 가뜩이나 우롱차를 마셔서인가 잠이 안왔다.
어쩌면 남편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나는 카페인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월요일이었으니까.
똘이의 체력에 맞서려면 카페인 말고는 답이 없다.
덕분에 오후 한나절 똘이와 열심히 놀 수 있었고, 나는 여전히(4:40am) 잠을 못이루고 있다.
남편의 코골이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 저녁, 똘이의 원망스러운 눈빛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고.
자기 전 마지막 이유식을 먹이는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 똘이는 에에에! 소리를 지르며 나를 쏘아봤다.
눈빛에 한이 서려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과연 0세의 감정표현이 이토록 섬세할 수 있나.
동시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똘이는 계속 화가 나있었고 나는 애써 당황스러움을 숨기고서 말했다.
똘이야~ 밥 먹어야지~ 왜 그래~ 그럼 못써~
나는 인자한 오은영 선생님을 빙자하며 다시 똘이의 입에 밥을 넣었다.
그러자 똘이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입에 밥을 머금은 채 더 크고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에에에에! 에에에!
옹알이 속에 무한한 뜻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너는 엄마란 사람이 돼서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네가 이러고도 내 엄마가 맞느냐. 한심하기 그지없다!
와 같은 말이…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똘이의 눈빛에서 다 들리고야 말았다.
나는 0세의 당돌한 눈빛에 위축되어 식사를 빠르게 종료하고 막수를 하기 위해 젖을 물렸다.
그런데 똘이가 젖을 물자 마자 입을 뗐고 나를 보며 (아마도) 씁쓸하게 웃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다.)
안 먹어? 그래 말어.
오늘 여러모로 합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똘이를 재울 준비를 시작했다.
이건 모두 나의 입장이다.
그러니까 똘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나의 입장만 고수한 이유는
남편은 회식으로 늦고, 나는 똘이를 재우고 어질러진 집을 빠르게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했으니까.
월요일부터 힘이 빠져버리면 나머지 화수목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지니까.
남편의 규칙적이고도 무자비한 코골이를 들으며
똘이의 씁쓸한 웃음과 원망스러운 눈빛이 한번에 떠오르고야 말았다.
배가 불렀구나.
저녁을 먹이기 전, 똘이에게 떡뻥을 세 개나 먹인 걸 까먹고 있었다.
똘이가 잠들기 전 이불 먼지를 털고 침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던 나는, 찡찡거리는 똘이를 하이체어에 앉히고 떡뻥으로 입막음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배가 부른 똘이의 입에 밥을 밀어 넣고 있었으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만 먹고 싶다고 에에에! 소리를 내도 엄마는 계속 입에 밥을 쑤셔 넣고…
순간 너무 미안해서 안그래도 카페인과 코골이에 달아난 잠이 더 확 달아나 버렸다.
똘이가 말을 하면 서로 편할 텐데.
매번 상황에 맞춰 똘이의 의중을 알아차려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육아를 잘하려면 눈치도 센스도 빨라야 하나보다.
훌륭한 엄마가 되기란 어렵다. 오늘도 똘이를 통해 한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