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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샛별 Jul 28. 2023

2. 수도원

집이 불편하다면 발전할 수 있나?

집을 수도원처럼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거룩하고 불편한 집이 되었으면 한다.


쇼파와 티브이를 방에 다 때려 넣고, 거실엔 테이블만 덩그러니 남길 것이다.

그 방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이 열대야에 그곳에 들어가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고, 나는 이 점을 기대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방이라,

쇼파에 한가로이 누워 티브이를 볼 수 있는 것은 봄과 가을뿐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을 그곳에 모두 넣어버리고, 나는 최소한의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집이 꼭 편안해야만 하는 것일까?

집이 불편하다면 발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은,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집을 작업실 겸용으로 쓰고 있다.

몇 개월간 힘써온 작업의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부로 인정하기로 했다.

공모전에 내고서 계속 찝찝한 기분이었다.

이게 나의 최선이었나?

내 작품임에도 다시 펼쳐볼 자신이 없다.


내가 굳이 뛰어들지 않더라도, 이 분야에선 이미 훌륭한 결과물이 많고,

그럼에도 이 작업을 하고 싶은 이유를 이제는 모르겠다.

어쩌면 예전에는 그 이유만큼은 분명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게 다 쇼파와 티브이와 핸드폰 때문이다.

이것들이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편안하게 누워서 낄낄대는 동안 모든 문제를 회피하도록…


그래서 집을 불편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이곳이 내게 수련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집은 앞으로 내게 실험 공간이고, 나는 실험 대상이 된다.

불편한 집이 사람을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고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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