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불편하다면 발전할 수 있나?
집을 수도원처럼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거룩하고 불편한 집이 되었으면 한다.
쇼파와 티브이를 방에 다 때려 넣고, 거실엔 테이블만 덩그러니 남길 것이다.
그 방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이 열대야에 그곳에 들어가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고, 나는 이 점을 기대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방이라,
쇼파에 한가로이 누워 티브이를 볼 수 있는 것은 봄과 가을뿐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을 그곳에 모두 넣어버리고, 나는 최소한의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집이 꼭 편안해야만 하는 것일까?
집이 불편하다면 발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은,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집을 작업실 겸용으로 쓰고 있다.
몇 개월간 힘써온 작업의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부로 인정하기로 했다.
공모전에 내고서 계속 찝찝한 기분이었다.
이게 나의 최선이었나?
내 작품임에도 다시 펼쳐볼 자신이 없다.
내가 굳이 뛰어들지 않더라도, 이 분야에선 이미 훌륭한 결과물이 많고,
그럼에도 이 작업을 하고 싶은 이유를 이제는 모르겠다.
어쩌면 예전에는 그 이유만큼은 분명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게 다 쇼파와 티브이와 핸드폰 때문이다.
이것들이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편안하게 누워서 낄낄대는 동안 모든 문제를 회피하도록…
그래서 집을 불편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이곳이 내게 수련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집은 앞으로 내게 실험 공간이고, 나는 실험 대상이 된다.
불편한 집이 사람을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고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