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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와 사냥꾼의 차이

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by 정원철

“사냥개와 사냥꾼의 차이” – 『소상국세가』


한나라의 왕 고조 즉 유방이 평민이었을 때 소하는 여러 차례 벼슬아치 신분으로 유방을 보호해 주었으며, 유방이 벼슬아치가 된 후에도 유방을 많이 도와주었다. 유방이 함양으로 부역을 가게 되었을 때, 다른 관리들은 모두 삼백전을 주었으나 소하는 오백전을 주었을 정도로 소하는 유방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느 날 진나라 어사가 공무를 감독하려고 왔다가, 소하의 능력을 보고 조정에 들여보내어 등용하고자 하였으나 소하는 한사코 사양하면서 절대로 가지 않았다.

유방이 군대를 일으켜 패공이 되자, 소하는 현승이 되어 각종 일들을 감독하고 보좌했다. 패공이 함양에 진입하자 여러 장수들은 모두 앞다투어 금은보화가 있는 창고로 달려가 그것들을 나누어 가졌으나, 소하는 먼저 궁으로 들어가 진나라 승상부 와 어사부의 법령, 도서들을 거두어서 보관했다. 이후 유방이 한왕이 되자 소하를 승상으로 삼았다. 소하는 전에 거둔 법령과 도서를 통해서 백성들의 불만과 문제점을 간언 할 수 있었다.

유방이 군사를 이끌고 동쪽으로 삼진을 평정할 때, 소하는 승상으로 남아 파촉을 지키며, 지역을 안정시키고 법령을 깨우쳐 알려주고 백성들로 하여금 군대에 양식을 공급하게 했다. 소하는 항상 군사의 병졸을 징발하여 군대의 빠진 인원수를 메웠다. 또한 소하의 자손들과 형제들 중에서 싸울 수 있는 자들을 뽑아서 유방에게 보냈다.

한나라 5년, 이미 항우를 죽이고 천하를 평정하자, 공을 논하여 봉토를 주었다. 여러 신하들이 공을 다투었으므로 일년이 지나도록 공적 문제가 결말이 나지 않았다. 고조는 소하가 가장 공이 크다고 여겨, 그를 찬후로 봉하였고, 식읍도 가장 많이 주었다. 전쟁터에서 싸운 장수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소하는 한갓 글과 붓을 잡고 의론 하였을 뿐 전쟁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등급이 높으니, 어찌 된 까닭인지 묻자 고조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사냥에 대해서 아시오?”

군신들이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사냥개에 대해 아시오?”

“알고 있습니다.”

“사냥에서, 들짐승과 토끼를 쫓아가 죽이는 것은 사냥개이지만, 개 줄을 풀어 짐승이 있는 곳을 알려 주는 것은 사람이오, 그대들의 공은 사냥감에게 달려가 사냥감을 물어오는 사냥개와 같소. 소하로 말하면 사냥개의 줄을 놓아 방향을 알려 주니, 공로는 사냥꾼과 같소. 더욱이 그대들은 단지 혼자서 나를 따랐고 많아 봤자 두세 명뿐이었소. 지금 소하는 그의 모든 가문의 수십 명이 나를 따라 전쟁을 치렀으니, 그의 공을 잊을 수 없소.”

여러 신하들은 모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게임 개발사는 많은 조직들이 있다. 소하의 역할을 하는 조직을 경영지원조직(인사, 노무, 회계, 기획 등)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경영지원 조직은 사실 게임이 성공했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조직이 아니다. 주목을 받는 조직은 개발 조직이다. 조금은 성공에서 소외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게임이 성공했을 때, 경영지원 조직도 절대 농공행상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 개발팀에 비해서 더 많은 포지션을 차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 보상은 필요하다. 그런데 비슷한 수준의 성과보상을 해주는 곳은 없다. 항상 개발팀에 비해서 낮게 지급된 것이 사실이다. 미래에는 경영지원조직도 더 많거나, 비슷한 수준의 성과보상이 이루어질 거라 확신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상을 받으려면, 경영지원조직의 자세와 마인드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생각보다 개발팀이나 유관부서 위에서 굴림하려고 하는 개발사의 경영지원조직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예산이나 인사권 그리고 결재권을 이용해 굴림하려는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모습이 쉽게 보이고, 열심히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장병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경영지원조직이 소하같이 권력과 이익을 좇지 않고 게임 개발사의 기반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 더욱 창의적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소하는 사기에 자주 언급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소하를 경영지원부서에 비유하고 개발팀과 유관부서를 군대라고 가정했을 때, 소하와 같이 장수가 군대를 끌고 나가 싸우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고, 자기의 가족까지 전장에 보내서 함께 싸우게 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유관부서와 개발팀이 나가 싸우는데 방조하는 경영지원부서나 자기 맡은 일을 잘하지 못하는 개발팀이 있다면 어떻게 게임이 성공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 제국을 통일하고 논공행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유방이 소하 즉 경영지원조직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기지는 현재까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중국_사냥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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