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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천하를 얻었다 하여, 말 타고 천하를 다스릴

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역생-육고열전』

by 정원철

타고 천하를 얻었다 하여,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 『역생-육고열전』


참모 역생(酈生)은 한고조 유방을 만날 때마다 『시경』과 『상서』를 인용하며 말했다. 그러자 유방은 역생을 꾸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말 등에 올라 천하를 얻었소. 어찌 『시경』과 『상서』 따위를 쓰겠소!”

그러자 역생이 말했다.

“말 등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고 하여, 어찌 말 등에 올라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옛날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도 무력으로 정권을 얻었지만 민심에 순응해 나라를 지켰습니다. 따라서 문(文)과 무(武)를 함께 쓰는 것이야 말로 나라를 길이 보존하는 방법입니다.”

이에 유방은 역생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글을 지어 올리라 명했다. 역생은 국가 존망의 징후에 대하여 13편을 짓고, 그 책을 ‘신어(新語)’라고 했다.

이 책은 한나라의 기본 국가 이념을 유학으로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역생(酈生)은 사마천이 사기에서 열전으로 기록될 만큼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유방의 참모였으며, 유방이 문무를 겸비하고 나라를 다스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만약 유방이 문(학문)을 괄시하고 무(전쟁)만을 귀하게 여겼다면 진나라와 같이 짧은 역사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생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진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진나라와 다르게 한나라는 긴 역사를 가질 수 있었다.




역생이 문과 무의 조화를 역설한 것과 같이, 게임 개발에서도 개발자와 유관부서 그리고 경영자가 얼마나 조화롭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결과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역생이 역설한 조화와 게임 개발의 조화가 어떤 연관 관계를 갖는지 생각해봤다.


게임개발은 개발자만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고 고퀄리티 그리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서 누구나 쉽게 성공하기는 어렵다. 개발자들에게만 게임 성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워주는 것은 과거의 사고방식이다. 유관부서와 경영자의 적극적 역할과 책임을 통해서 게임 개발사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2000년이 훨씬 넘은 한나라 건국 초기의 역생이 문(文)과 무(武)의 조화로움이 나라를 번영시키고, 나라를 오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역설했듯이, 게임 개발에서 개발자와 유관부서 그리고 경영자의 삼위일체(三位一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누구 한 사람의 역할과 능력에 기대는 것이 아닌, 만들고 있는 게임에 대한 자신감과 비전을 같이 공유하고, 결과를 위해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알고, 돈도 지불하기 때문이다.

사기로 보는 게임개발세상! (500 x 400 px)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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